덴티움 본사 전경.
덴티움 본사 전경.

최근 TV에서 배우 송강호가 건치 미소를 하고 “당신의 치과의사는 안다”고 말하는 광고가 방영되고 있다. 그를 캐스팅한 곳이 바로 ‘덴티움’이다. 

지난 2000년에 설립된 덴티움은 임플란트, 크라운(치아용 캡), CT(영상촬영검사) 등 치과용 의료기기와 생체재료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특히 임플란트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덴티움은 국내 임플란트 시장에서 20% 수준의 점유율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글로벌 임플란트 시장에서는 2020년 기준 5%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6위를 차지했다.

이 덴티움이 광고만큼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차세대 수전해 기술인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lid Oxide Electrolysis Cell, SOEC) 핵심부품을 개발하는 국책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배우 송강호가 출연한 덴티움 광고. (사진=덴티움)
배우 송강호가 출연한 덴티움 광고. (사진=덴티움)

SOEC 핵심 전해질 ‘지르코니아’
덴티움은 6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도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중 ‘고품위 지르코니아 기반 세라믹 원료소재 상용화 및 고온수전해 세라믹 핵심부품 제조기술 개발’ 과제 수행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은 제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외의존도를 완화하고 기술고도화 및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소재·부품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금속원소인 지르코늄과 산소의 화합물인 지르코니아는 세라믹 소재 중 가장 강도가 강한 데다 △높은 열 확장성 △우수한 열 절연성 및 낮은 열전도성 △균열 전파나 높은 파열 인성에 대한 높은 저항성 △내마모성 △산소이온 전도성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르코니아는 △인공 다이아몬드인 큐빅 △가스터빈 내열성 코팅제 △도자기 △가위, 식칼 등 주방용품 △임플란트, 보청기, 고관절 보철물 같은 의료기기 등에 사용된다. 

특히 SOEC에 사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전해질이 바로 ‘지르코니아’다. SOEC 전해질로 사용할 때는 지르코니아에 산화이트륨(이트리아)를 첨가한 ‘이트리아 안정화 지르코니아’를 주로 사용한다.

지르코니아 원료 분말.(사진=덴티움)
지르코니아 원료 분말.(사진=덴티움)

SOEC는 700℃ 이상의 고온에서 수증기 형태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이어서 수소생산 효율이 높다. 실제로 수증기를 활용하면 저온수전해 방식보다 최소 20% 이상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SOFC의 세라믹 계열 고체산화물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식에 대한 내구성이 뛰어나고 유지보수가 쉽다. 

그러나 수증기를 가열하기 위해 추가적인 열에너지가 필요한 데다 800℃ 이상의 고온을 견딜 만한 내구성을 지닌 고체전해질에 대한 연구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즉 고온 운전에 대비한 내구성만 확보한다면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고효율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지르코니아는 녹는점이 2,715℃인 데다 산화이트륨과 같은 안정화제를 첨가하면 높은 산소이온 전도성과 고온에서 화학적 안정성을 띤다. 이로 인해 온도가 높아질수록 전도도가 좋아진다. 이런 이유로 SOEC 전해질로 지르코니아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덴티움은 임플란트 전문기업답게 지르코니아 세라믹 소재에 관한 전문성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덴티움 관계자는 “임플란트, 블록(임시치아) 등 치과 소재에 활용되는 지르코니아 관련 기술을 계속 개발해오면서 관련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지르코니아가 SOEC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에 자사는 치과 관련 세라믹 소재 기술의 연구개발을 수행하며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번 국책사업에 도전, 관련 역량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선정됐다. 이를 통해 SOEC 핵심부품 제조기술을 확보해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과제는 고품위 지르코니아 기반 원료 세라믹 소재를 국산화하고 초박판 전해질기판 등 SOEC 핵심부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덴티움에 따르면 국내 지르코니아 생산 규모는 연간 50톤이나 원료 분말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전구체인 지르코늄옥시클로라이드(ZOC)를 수입해 지르코니아 등으로 제조하는 국내기업이 적다. 이런 상황에서 수전해 등 지르코니아 활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어 지르코니아 국산화와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

지르코니아 기반 SOEC/SOFC용 전해질막.(사진=중국 장쑤 피스트 특수 세라믹)
지르코니아 기반 SOEC/SOFC용 전해질막.(사진=중국 장쑤 피스트 특수 세라믹)

또한 차세대 고내구성 전해질 원료소재는 주로 일본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데다 외국산 제품과 기술을 대체할 국산 전해질 원료소재와 전해질 기반 제품이 없어 국산 고품위 지르코니아 기반 전해질 원료소재 국산화와 지지체 양산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번 국책과제를 통해 국산 고품위 지르코니아 원료소재 기술을 확보하면 전해질지지형(ESC) 고온수전해 소재 부품 분야 등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며 국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덴티움은 고품위 지르코니아 원료 분말 시장 규모가 2025년 400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지르코니아 기반 에너지소재 분말 시장규모는 SOEC 시장 급성장세로 2026년 600톤에서 2030년 2,800톤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품위 지르코니아 기반 소재와 이를 활용한 고품질 초박판 전해질 지지기판 수요는 2025년 이후 연간 400톤 이상, 2030년 이후엔 조 단위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SOEC 전해질막 부품 시장은 2026년 2,700억 원에서 2030년 8,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과제 수행 기간은 총 4년 6개월이며 산업부의 정부지원연구개발비 255억 원이 투입된다. 덴티움이 사업 총괄을 담당하며 덴티움의 관계사인 제노스를 비롯해 케이세라셀, 범한퓨얼셀이 각 세부과제 주관기업으로 참여한다.

제노스는 1번 세부과제인 ‘고품위 지르코니아 원료 소재와 40㎛(마이크로미터)급 초박판 전해질기판 개발’을, 케이세라셀은 2번 세부과제인 ‘국산 지르코니아 기반 전해질 지지체를 적용한 SOEC 셀 개발’을, 범한퓨얼셀은 3번 세부과제인 ‘국산 SOEC ESC 제품의 모듈화 적용을 위한 관련 기술 및 평가 프로토콜 개발’을 각각 수행한다.

각 세부과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1번 세부과제의 경우 △기계적 특성과 전기적 특성의 상반 특성이 최적 조화된 지르코니아 원료 분말 및 성분비 개발 △SOEC용 고품위 지르코니아 기반 원료 및 특화 조성 개발 △특화 원료 소재 적용 고(高)강성·고(高)유연의 대면적 초박판 소결기관 개발 등을 통해 국산 고품위 지르코니아 원료 소재와 40㎛(마이크로미터)급 초박판 전해질기판을 개발하는 것이다.

지르코니아에 산화물을 첨가해 결정 구조를 안정화시킨 ‘안정화 지르코니아’는 강도, 인성, 열적·전기적 특성 등이 뛰어난 데다 온도가 높을수록 음이온 전도도가 좋아져 SOEC용 소재로 주로 쓰인다. 그런데 기계적 강도가 높아지면 전기적 이온전도도가 낮아지고 반대로 전기적 이온전도도가 높아지면 기계적 강도가 낮아지는 ‘상반특성’을 가지고 있다.

제노스는 기계적 특성과 전기적 특성의 상반성을 최적화하고 분말 순도가 99.9%인 국산 지르코니아 원료 분말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간 제조용량을 50톤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는 국내 최고 수준인 연간 15톤보다 3.3배 많은 것이다.

고체산화물 셀은 크게 전해질지지형(ESC), 전극지지형(CSC)으로 나뉜다. 흰색이 ESC, 녹색이 CSC다.
고체산화물 셀은 크게 전해질지지형(ESC), 전극지지형(CSC)으로 나뉜다. 흰색이 ESC, 녹색이 CSC다.

이를 통해 초박판 전해질기판을 개발한다. 전해질기판의 두께와 강도를 각각 40㎛와 0.6kg/cm2, 전해질 전도도는 800℃ 기준 2.1S/m(지멘스퍼미터)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기판 제조공정에 적용할 AI 기반 표면 불량 자동검출 기술도 개발한다.

이렇게 개발된 국산 지르코니아 기반 초박판 전해질기판을 활용해 SOEC용 전해질지지형 셀을 개발하는 것이 2번 세부과제다. 

이 과제는 △SOEC용 국내 원천소재를 활용한 전해질지지형 셀(ESC) 개발 △초박판 전해질 표면 고도화 공정 기술 개발 △SOEC 고성능 전극 패턴화 코팅 공정 기술 개발 및 미세구조 최적화 △단위 셀의 고성능화 및 생산성 향상 공정기술 개발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전극 면적 100cm2 이상 △수전해 전압(0.5A/cm2, 800℃ 기준) 1.3V 이하 △전압상승률(0.1A/cm2, 800℃ 기준) 1% 이하 △셀 제품 고온 강도(700℃ 기준) 80% 이상 △셀 제품 평탄도 0.02㎛ 이하의 스펙을 갖춘 SOEC용 전해질지지형 셀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SOEC용 전해질지지형 셀로 SOEC 제품을 만들어 검증하는 것이 3번 세부과제다. 해당 과제는 범한퓨얼셀이 수행한다.

이 과제는 △개발한 국산 소재부품의 스택 적용을 통한 SOEC 제품 성능 검증 △SOEC 제품의 성능구현을 위한 스택기술(밀봉, 집전, 분리판 설계 등) 최적화 △해외 선도기관 SOEC 평가 프로토콜을 적용한 수소생산용 SOEC 제품 검증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ESC 수소변환효율 90% 이상 △수소생산량 시간당 300L 이상 △수소생산효율 1kg당 35kW 이상 △내구성 평가 1%/kh 이하의 스펙을 갖춘 스택을 개발해 SOEC 제품을 제작하고 해외 선진기관과 협력해 성능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해당 과제 수행으로 국내 원천소재 조성 기술과 첨단 제조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해질지지형 셀의 국산화 및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덴티움은 보고 있다.

덴티움의 연구소 전경.(사진=덴티움)
덴티움의 연구소 전경.(사진=덴티움)

수소 소부장 육성 박차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는 제조업의 근간이자 완제품의 성패를 가르는 게임체인저다. 

특히 소재는 최초 개발에서 사업화까지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하고, 가격변동이나 공급망 문제 같은 비상 상황에서도 완벽한 대체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소부장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제조업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되고 신속히 해결하기도 어렵다.

수소와 같은 신산업의 경우 대체제를 찾기 어려워 기존 산업보다 관련 기술을 습득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된다. 이에 정부는 수소산업의 소부장 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여러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핵심 소부장 원천기술 확보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 촉진 △글로벌 소부장 공급망 강화 등 3대 정책과제를 담은 ‘수소산업 소부장 육성전략’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제5차 수경위에서 제시한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수전해, 충전소 등 10개 분야 핵심품목 40개를 최종 선정하고, 2030년 10개 분야 소부장 국산화율 80% 달성 및 글로벌 수소 소부장 기업 20개사 육성을 목표로 세웠다. 

또한 ‘소부장 으뜸기업’에 수소 분야를 추가했다. 이는 국내 최고의 소부장 기술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기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금속, 기초화학, 바이오 등 7개 분야 150대 기술에 수소, 우주·항공, 방산 등 3개 분야 50개 기술을 추가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4월 ‘제11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소재·부품·장비 글로벌화 전략’의 일환이다. 산업부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산업지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성장하기 위해 해당 전략을 마련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소부장 으뜸기업 4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선정된 으뜸기업은 5년간 최대 250억 원의 전용 기술개발(R&D), 수요기업 양산평가 우선 지원, 글로벌 파트너링(GP) 사업 연계 등 맞춤형 지원을 받게 된다. 

아울러 수소전문기업 중 소부장 기술력을 갖춰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수소전문기업 PLUS’로 발굴·지원할 계획이다. 

불모지에서 반도체라는 싹을 틔웠듯 국내 수소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소부장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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