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현대차 등 11개 기업으로 구성된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이하 하이넷)가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참여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시장 초기의 투자 위험을 분산·감소하는 게 하이넷 설립의 현실적인 취지였다. 민간 기업이 수익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지사인 데, 사업 초기 적자 운영이 불가피함을 알고 있음에도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던 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수소차 및 충전소 보급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는 달리 정부의 수소차 보급 목표가 무색할 만큼 수소차 보급이 너무 더디어 하이넷의 충전소 가동률이 낮아 출범 이후 매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간 수소충전소 구축·운영에 투자하느라 출자금(총 1,052억 원)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하이넷이 끝내 도산하면 수소전기차 충전 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넷이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우선 정부에 책임이 있다. 정부가 수소차 보급을 낙관적으로 전망해 보급목표 수치를 너무 높게 잡았을 수 있다. 수소차 목표 수치와 연계해 수소충전소를 지어야 하니 수소차가 목표 수치에 많이 도달하지 못하면 충전소 운영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충전소 구축보조금 외에도 다각적으로 적자 충전소를 지원하고 있다고 하지만 수소차 보급 초기인 만큼 수소차와 충전소에 대한 더욱 강력한 재정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차의 책임도 있다. 하이넷은 버스 충전도 가능하지만 승용차 중심의 일반 충전소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수소승용차가 많이 운행되어야 하이넷이 살 수 있다. 현대차는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수소승용차 넥쏘 후속 모델 출시가 늦어졌던 이유다. 2018년에 출시된 넥쏘 이외에 지금까지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이 없다 보니 수소차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이넷이 생존하기 위해선 수소차가 더욱 많이 보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 강화와 수소 차종 다양화가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긴급한 수혈이 필요한 데, 외부 차입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기업에 누가 돈을 빌려주겠는가. 현재로선 출자사의 추가 출자밖에 없다. 제1대 주주인 한국가스공사의 재정 상태 악화로 2대 주주인 현대차가 하이넷 출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올해 초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 HTWO Grid 솔루션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기회만 되면 수소경제에 대한 투자는 후손을 위한 것이며, 이에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공언해왔다. 현대차는 단순히 수소차만 팔려는 회사가 아니다.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운송, 활용까지 수소 전체 밸류체인에 걸쳐 수소생태계를 확산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하이넷 추가 출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하이넷 임직원들도 정부와 출자사의 지원만 바라지 말고 자체 경비 절감과 수익 모델 개발 등 적자 운영을 벗어나기 위한 피나는 자구책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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