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요 SK E&S 수소부문장이 ‘토토 사이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상요 SK E&S 수소부문장이 ‘토토 사이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 E&S의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도 데이터나 레퍼런스(Reference)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4년이 채 안 되는 기간동안 준비부터 완공까지 성과를 이루어냈죠. 앞으로 SK E&S가 수소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며 전국의 수소수요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사업을 확장하며 튼튼한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확보해 나간다면 수소 분야에서 글로벌 메이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5월 22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만난 문상요 SK E&S 수소부문장은 ‘토토 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SK그룹은 지난 2021년 3월 개최된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국내 수소사업 인프라 투자,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에서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SK그룹의 수소사업 추진회사인 SK E&S는 우선 기존 LNG 사업 인프라와 밸류체인 통합 역량을 활용, 액화수소 연 3만 톤 생산을 시작으로 블루수소 생산까지 수소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본격 가동

인천 서구에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연 3만 톤)로 구축해 지난 5월 8일 준공식을 연 인천 액화수소플랜트는 SK E&S가 추진 중인 수소생태계 구축 계획의 첫 성과다. 국가적으로는 한국이 미국, 독일,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9번째로 액화수소 생산국가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성과를 얻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다. 

문 부문장은 “액화수소플랜트 구축과정에서 코로나(COVID-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기기 제작 지연, 원자재 비용 상승 등의 문제들이 발생했으나 밀착관리와 긴밀한 대응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적기에 납품할 수 있었다”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국내에 처음 도입하다 보니 무엇보다 초저온 설비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예를 들면 공정 내부에 수분이 절대 존재해서는 안 되기에 수분이 침투하지 않도록 질소 보존 상태를 지속 유지해야만 했고, 영하 250도 안팎의 운전 온도에서 세밀한 관리를 통해 각종 계기류의 신뢰도를 확보해야 했다”고 밝혔다.

문 부문장은 “산업 초기 단계이다 보니 극저온 수소에만 적용되는 인허가 절차 등이 아직 제정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으나 많은 이해관계자의 기민한 협조와 끈끈한 협업을 통해 무사히 액화수소 설비 구축과 시운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액화수소플랜트 구축 당시에는 국내에 액화수소 활용 사례가 없어 현행법 내 안전·기술기준 등이 부재했고, 신규 법령 제정에만 2~3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 보였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산업 창출을 지원하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사업 추진을 뒷받침했다.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전경.(사진=SK E&S)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전경.(사진=SK E&S)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적으로 액화수소플랜트 준공을 이끈 문 부문장은 향후 SK E&S 액화수소 사업의 전망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SK E&S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를 전략적으로 차별화된 그린 포트폴리오(Green Portfolio) 구축을 통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없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꼽히죠. 특히 액체수소는 기존에 공급되던 기체수소 대비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으로 작아 저장·운송 효율과 안전성 측면에서 많은 장점을 보유하고 있어요. 액화수소는 SK E&S 그린 포트폴리오의 첫 단추이자 SK E&S의 신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액화수소, 수소모빌리티 성장 기반

문 부문장은 인천 액화수소플랜트가 액화수소 대규모 생산을 통해 국내 수소모빌리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향후 대규모 수소가 필요한 산업·발전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발휘하며 국내 수소생태계의 확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버스 보급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루 30톤급 액화설비 3기, 20톤급 저장설비 6기 등의 주요 설비를 갖춘 인천 액화수소플랜트는 SK인천석유화학의 공정에서 나오는 기체 상태의 부생수소를 고순도 수소로 정제한 후 냉각해 연간 3만 톤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액화수소 3만 톤은 수소버스 약 5,000대를 1년간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생산한 액화수소를 수소모빌리티용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액화수소충전소가 필요하다. 

SK E&S는 2022년 1월 미국의 수소전문기업인 플러그파워(Plug-Power)와 합작법인 에스케이플러그하이버스(SK Plug Hyverse)를 설립해 액화수소충전소 구축·운영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액화수소충전소 사업의 경우 올해 말까지 전국에 약 20개소의 액화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2025년까지는 약 40개소(누적)의 충전소를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다.

문 부문장은 “액화수소플랜트를 최대 부하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약 40개소의 액화수소충전소가 전국 각지의 교통 거점에 구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올해 선제적으로 20개소 이상의 액화수소충전소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 E&S가 구축하는 액화수소충전소는 대용량 수소충전소로, 주로 상용차인 수소버스의 충전이 이루어질 예정이나 일반 수소승용차도 이용이 가능하다. 충전소별 규모에 따라 하루에 수소버스 약 120~240대의 충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상요 SK E&S 수소부문장이 액화수소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문상요 SK E&S 수소부문장이 액화수소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문 부문장은 “전국에 다수의 액화수소충전소를 동시에 구축하다 보니 부지 확보부터 인허가, 기자재 납품·시공 등 많은 애로사항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많은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협력과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현재까지 액화수소충전소 구축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액화수소충전소 1개소를 짓는 데 규모에 따라 100억 원 안팎의 투자비가 수반된다. 환경부는 ‘수소충전소 설치 민간자본 보조사업’을 통해 액화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SK E&S로서는 액화수소플랜트 구축에만 총 7,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액화수소 사업의 경제성 확보도 생각해야 한다. 

문 부문장은 “충전소를 이용하는 수소버스는 점진적으로 증가해 이르면 2년 내 인천 액화수소플랜트가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수요량(수소버스 약 5,000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액화수소 사업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소버스의 보급이 확대돼야 하는데, 올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대감의 근거로 2024년 정부의 수소버스 구매 보조금이 2023년 대비 2.45배 증가한 1,720대 수준인 데다가 현대자동차의 수소버스 생산라인이 올해 2,000대로 증설되어 대량의 수소버스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정부가 올해 본격적으로 수소버스 보급 확대(2024년 누적 2,700대)를 추진하면서 수소 수급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시민의 발인 수소버스가 원활하게 운행되기 위해선 액화수소플랜트 및 충전소의 안정적인 운영과 액화수소 수급관리가 중요해졌다. 

SK E&S는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준공식에서 수소유통전담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과 액화수소 생산업체인 IGE(SK E&S 자회사), 효성하이드로젠, 하이창원과 ‘액화수소 수급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문 부문장은 “향후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경쟁력 있는 액화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유통하기 위한 생산설비의 호환성 사전확보와 물량 교환, 보유재고 교류 등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수립해 수급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용으로 액화수소 공급 확대

SK E&S는 수소모빌리티용 외에 일반 산업용으로도 액화수소 수요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29일 개최한 2024년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 린데코리아가 신청한 ‘산업용 액화수소 공급 실증’을 승인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최초로 액화수소를 반도체 생산 공정에 활용하는 사업이다. 두 회사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평택 등 공장부지에 액화수소 저장 및 기화시설을 갖추고, SK E&S가 생산한 액화수소를 전용 탱크로리로 가져와 저장 후 기화시켜 전용 배관을 통해 반도체 공정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천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생산한 액화수소를 실은 액화수소 탱크 트레일러가 이동하고 있다.(사진=SK E&S)

문 부문장은 “SK E&S는 액화수소를 모빌리티용으로 공급하기 위해 승인을 받았던 규제특례를 산업용에 적용하기 위한 변경 신청을 추진했고,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승인받을 수 있었다”라며 “이를 통해 반도체 등 초고순도 수소를 대량 사용하는 산업체에도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이 반도체 수요 증가를 이끌면서 반도체 업계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고품질의 공급 안정성을 갖춘 액화수소를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초기 단계에서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액화수소 기술 국산화 힘쓴다

SK E&S는 액화수소 분야 국산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SK E&S는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효성중공업, 크리오스, 디앨, 광신기계공업과 ‘액화수소충전소 국산화 달성 및 공동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21일에는 부산 벡스코(BEXCO)에서 부산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액화수소 분야 핵심 기자재 및 시스템 국산화 달성과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문 부문장은 “아직 국내 액화수소 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기에 많은 발전과 검증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SK E&S는 전체 액화수소 밸류체인 관점에서 국내 수소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국산화 방안을 지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인천 액화수소플랜트에 국산 액화수소 저장탱크와 진공배관을 일부 적용하기도 했고, 충전소의 경우에도 충전기, 밸브 등 사용 가능한 국산 기자재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 논의 전이긴 하나 국내 소부장 기업들과 협력해 국산 기자재들을 현장에서 실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발전용 수소시장 선점한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수요·공급의 불일치 등 수소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해 기업들의 수소 분야 투자 활성화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SK는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구축에 7,000억 원을 과감하게 투자했고, 전국에 액화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수소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문 부문장은 “에너지 사업, 특히 환경정책을 고려한 신사업의 경우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 없이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수소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주기에 걸쳐 정부 지원과 함께 사업성이 확보되고, 미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기업이 수소 분야에 지속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SK E&S는 액화수소에 이어 블루수소 등 청정수소 분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최대 관심사는 처음으로 개설되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이다. 보령 청정수소 생산 프로젝트와 연관되어 있다. SK E&S는 한국중부발전과 함께 충남 보령에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구축, 생산한 블루수소를 발전·모빌리티용으로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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