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교동 수소생산기지에 설치된 수소추출기.
삼척 교동 수소생산기지에 설치된 수소추출기.

정부가 지정하는 수소특화단지에 대한 전국 지자체의 관심이 뜨겁다. 수소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지자체에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지역별 특화된 수소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수소특화단지는 수소 사업자 및 지원시설의 집적화와 수소전기차·연료전지 등의 개발·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지정하는 지역으로, 수소법 제22조에 근거한다.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목표실현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수소기업의 집중성장을 지원하는 전략적 공간을 말한다. 

실제로 정부가 연구기관(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을 통해 국내 수소산업 관련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일부 산업단지에서 집중도를 보이나 집적 수준이 낮고 분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특화단지로 지정되려면 법령상(수소법 시행령 제28조) 기본적으로 수소산업 사업자 간 집적화를 이루고 있거나 집적화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면서 기반시설(교통, 통신 등)이 갖춰져 있거나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에 따른 법정계획에 포함돼 있어야 하고, △지역의 주요 산업과 수소산업의 연계 발전 가능성이 높을 것 △국가 수소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높을 것 △그 밖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고시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수소특화단지 지정 첫 공모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수소특화단지 지정 공모’ 절차를 개시했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에 지정절차를 진행하려던 계획이 늦어진 셈이다.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희망하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오는 6월 28일까지 신청서, 육성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이에 앞서 산업부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2023년 5월까지 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을 통해 수소특화단지 운영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수소법령에서는 수소특화단지 지원근거, 지정요건 및 절차 등 기본적인 사항만 규정하고 있어 지정기준을 구체화하고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번 연구용역 결과 지자체 간 경쟁이 아닌 법률상 지원 요건의 부합 여부를 판단해 준비된 지역을 최대한 수소특화단지로 지정한다는 원칙이 제시됐다. 

정부는 수소특화단지를 지정해 기업 성장을 위한 연구 개발(R&D) 및 핵심 설비(실증 테스트베드) 구축, 규제 특례 등을, 지자체는 수소특화단지 내 지원시설 구축(토지 매입, 공사 등)과 기반시설(수소, 전기, 통신, 도로 등) 설치 등을 지원하는 역할분담(안)도 제시됐다.

아울러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소·부·장 특화단지 등 유사제도의 다양한 지원 혜택을 분석해 수소 신산업 창출, 수소 업종으로의 전환, 수소 관련 핵심기업 유치 및 성장 등을 위한 세부 지원방안(안)이 도출됐다.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조감도.(이미지=경상북도)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조감도.(이미지=경상북도)

산업부는 지난해 3월 지자체 간담회를 통해 연구용역 중간결과를 공유하고 간담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수소특화단지 운영방안을 확정했다. 지난 4월 19일 ‘수소특화단지 추진계획 설명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평가계획 실무설명회’를 열고 평가 기준, 육성계획서 작성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업부는 지자체가 제출한 육성계획서를 중심으로 수소산업 집적도, 기반시설 구축 여부, 지역산업 연계 가능성,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국무총리 주재 수소경제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올해 4분기 중으로 수소특화단지를 최초 지정할 계획이다. 특히 수소산업 집적화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해온 예산사업(클러스터 조성사업)과 수소특화단지를 통합·연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소 클러스터, 수소특화단지 신속 지정

수소특화단지는 일반트랙과 패스트트랙으로 구분해 지정된다. 일반트랙은 법령 취지를 고려해 지정요건을 엄격히 평가해 수소특화단지를 지정하는 것으로, 지자체가 제출한 수소특화단지 육성계획을 평가·심의해 지정하게 된다. 

수소전문기업 지정기준(총매출액 대비 수소사업 매출액 또는 수소 연구개발 투자비)을 참고해 지정요건 취지에 부합하는 최소기준을 설정했다. 예를 들어 집적도의 경우 수소사업자 집적도(면적 비중)가 10% 이상이거나 앵커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입증하면 된다. 인프라의 경우 교통, 통신 등 기반시설 구비를 증빙하거나 산업단지 관리 기본계획 등 법정계획에 기반시설 구축계획이 반영되어 있으면 된다. 

최소기준을 통과한 지자체는 △수소산업 집적 효과 △기반시설 확보 △지역산업 연계 가능성 △파급효과 △성장 가능성 △지자체 추진의지 △지역 수용성 △전문인력 확보방안 등의 세부 항목을 평가받는다. 

패스트트랙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 타당성 검증을 받은 수소 클러스터를 수소특화단지로 신속하게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수소법 시행령 개정(2024년 4월 9일)에 따른 ‘집적화 가능성이 높은 지역’ 유형에 해당해 지정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다. 수소특화단지 육성계획 실무검토 후 클러스터 사업 범위 대비 특화단지 지정범위 타당성과 육성계획서 포함요소(목표, 재원확보 방안 등) 구비현황에 하자가 없는 경우 평가위원회를 생략하고 바로 수소경제위원회에 상정해 심의·의결한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2월 수소 클러스터 조성사업으로 인천(부생·바이오수소), 전북(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강원(액화수소 저장·운송), 경북(수소연료전지발전), 울산(수소모빌리티) 등 5개를 선정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5개 사업 중 강원과 경북은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양군 수소특화단지 조감도.(이미지=충청남도)
청양군 수소특화단지 조감도.(이미지=충청남도)

산업부는 또 수소특화단지로 바로 지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산업 집적화(신규 클러스터 육성)가 필요한 지역을 예비 수소특화단지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9일 수소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소산업 집적지만 지정이 가능했던 지정요건을 집적지 외에 집적화 가능성이 높은 지역도 지정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수소특화단지 지정 절차에 준해 예비 수소특화단지 대상지를 공모해 선정한다. 광역자치단체별 최대 1곳만 신청이 가능하며, 복수 사업 기획 시 자체 조정이 필요하다. 예비 수소특화단지로 최종 선정된 사업에 대해서는 산업부가 기재부에 예타 조사를 요청하고, 예타 통과 시 패스트트랙을 활용해 수소특화단지로 신속 지정하게 된다. 

산업부는 올해 예비 수소특화단지 사전기획 연구용역(2개 지역, 각 2억5,000만 원 지원) 등을 통해 예타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부는 최종 선정된 수소특화단지 지원방안으로 △대규모 지원 인프라 구축사업 기획 및 예타 조사 지원 △수소특화단지 전용 인프라 구축 예산 확보 검토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보조금 우대(2% 가산) △산업단지 산업용지 계약 시 수의계약 허용(산업단지 지정권자인 국토부 승인 시 수의계약 가능, 국토부와 특화단지 수의계약 적용 협의) △특화단지별 맞춤형 성장지원사업 기획·추진(수소법상 시범사업으로 지원 검토) △특화단지 입주기업 기술 지원 수요 우선 검토(R&D, 세제 지원)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산업부와 함께 수소특화단지 사업을 관리하고, 지역단위별로 지자체, 앵커기업, 협력기업으로 수소특화단지 지원단을 구성해 지역 내 테크노파크(TP) 등을 활용, 기업들을 지원하게 된다. 


지자체 행보 ‘주목’

산업부가 처음으로 수소특화단지 지정 공모에 나섬으로써 전국 광역지자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지역은 강원도와 경상북도다. 지난해 수소 클러스터 조성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강원도(액화수소 저장·운송)와 경상북도(수소연료전지발전)가 이번 공모에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 액화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동해·삼척)에는 올해부터 5년간 총사업비 3,177억 원이 투입되어 동해 북평산단 내에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수소 저장·운송 관련 제품의 성능을 시험·평가하고 실증할 수 있는 산업 진흥 기반시설이 구축된다. 삼척 호산산단 내에는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해 액체수소 관련 기자재 실증용 수소 공급뿐만 아니라 강원도 및 경북 지역 수송용 수소 공급 거점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 수소 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선 한수원의 연료전지 발전소 ‘포항 에너지파크’.(사진=한수원)
경북 수소 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선 한수원의 연료전지 발전소 ‘포항 에너지파크’.(사진=한수원)

경북 수소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 사업은 올해부터 5년간 총사업비 1,918억 원이 투입되어 포항 블루밸리산단 내 28만㎡ 부지에 연료전지 기업 30여 개 사가 입주하는 집적화단지와 입주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소재·부품의 성능을 시험하고 시범 운전할 수 있는 성능평가단지 및 국산화 시범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지난 4월 15일 수소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 입주 의향을 밝힌 햅스, 한국에너지기술산업, 미래피엠씨, 에너지앤퓨얼, 에프씨아이 등 5개사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3월 완주 수소특화 국가산단과 함께 국가 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최종 선정된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를 수소특화단지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울진군 죽변면 일원 158만㎡에 조성되는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은 사업비 3,996억 원을 투입해 원자력 청정수소를 대량 생산·실증하기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기업 집적화를 통해 동해안 수소경제벨트(강원-경북-울산) 거점지역이 될 전망이다.

완주 수소특화 국가산단 위치도.(이미지=완주군)
완주 수소특화 국가산단 위치도.(이미지=완주군)

전라북도도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전북은 재생에너지 연계 100MW급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새만금 그린수소 클러스터 사업과 완주군 봉동읍 일원(165만㎡)에 조성하는 완주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완주군은 수소특화 국가산단과 현대자동차(상용차), 일진하이솔루스 등의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있는 주변 산업단지를 묶어서 수소특화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완주 수소특화 국가산단 인접 산업단지에는 6월 중으로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가 개소하는 한편 수소차 폐연료전지 시험·인증센터, 수소상용차 신뢰·내구성 검증센터, 수소저장용기 시험인증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기업 지원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업이 예타 조사를 통과하면 패스트트랙을 활용해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수소 클러스터 조성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인천(부생·바이오수소)과 울산(수소모빌리티)도 예타 조사 통과 시 패스트트랙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평택 원정지구(수소특화단지)에 구축되어 운영 중인 수소생산기지. 
평택 원정지구(수소특화단지)에 구축되어 운영 중인 수소생산기지. 

경기도의 수소산업 중심지 평택시도 빼놓을 수 없다. 평택시는 수소특화단지, 수소도시, 수소항만이 융합되어 수소의 생산과 활용이 평택항 일대에서 이루어지고 연관 산업이 집적화되는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평택 원정지구에 조성되는 수소특화단지에서는 수소생산 및 액화, 연료전지 발전, 탄소 포집·활용, 수소 관련 장비제조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하루 7톤 규모의 수소생산기지가 운영 중이다.  

충청북도는 충주시를 수소특화단지 지역으로 내세우고 있다. 충주에는 국내 최초의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융복합충전소가 운영 중이고, 수소산업 관련 기업 30여 개가 있다. 차량용 연료전지 생산기업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주요 부품사들과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충주시 봉방동, 대소원면 일대가 그린수소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어 생활폐기물로 바이오가스와 암모니아를 활용해 경제성 있는 그린수소의 생산·활용을 실증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충주댐 수력 기반 그린수소 인프라 및 특장차 수소 파워팩 기술지원센터 구축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충남도는 청양군 첫 일반산업단지를 수소특화단지로 조성한다. 청양군 비봉면 신원리 일원에 1,086억 원을 투입해 73만㎡ 규모로 조성하는 청양 일반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최종 승인하고 지난해 12월 29일 고시한 바 있다. 

전남 청정수소산업 클러스터 조감도.(이미지=전라남도)
전남 청정수소산업 클러스터 조감도.(이미지=전라남도)

전라남도는 지난 10일 예비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목표로 전남 청정수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청정수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서부권 유일의 무탄소 원전 전력과 전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올해 7월 준공 예정인 영광 수전해 성능시험센터와 연계해 수전해 스택을 실증하는 사업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 전력 공기업 등 앵커기업과 켄텍, 고등기술연구원, 녹색에너지연구원, 전남테크노파크 등이 사업에 참여한다.

경상남도는 창원을 중심으로 김해, 밀양과 연계하는 수소특화단지(총사업비 1조550억 원, 1단계 3,348억 원, 2단계 7,202억 원)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수소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올해 최대 관심사는 수소특화단지 지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분기 중에 최초로 지정되는 지자체들이 얼마나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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