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택시 실증사업에서 수소택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대중교통 중 하나인 택시가 수소차로 전환하면 수소에너지 수용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수소충전소 확충과 함께 수소차 운전자 맞춤형 교육, 수소 승용차 차종 다양화 및 구매보조금 지원 확대 등이 이뤄지면 수소택시도 전기택시 못지않게 시민의 발이 될 수 있다.<편집자주>

토토 사이트가 4년여 만에 다시 찾은 삼환운수의 장준호 기사는 수소택시에 큰 만족감을 드러내는 한편, 수소택시 보급과 확산을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전소 확충, 차종 확대, 보조금 지급, 수소차 홍보, 수소차 운전자 대상 교육 등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것.
삼환운수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2022년 12월(43개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고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주관한 ‘수소택시 실증기반 수소저장 및 운전장치 요소부품 내구성 검증기술 개발 사업(이하, 수소택시 실증사업)’에 참여한 서울 시내 택시회사 4곳 중 한 곳이다. 삼환운수 소속 장준호 기사는 약 1년 6개월 간 수소택시 넥쏘를 운행했다.
장준호 기사는 택시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수소차 운전자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점이 많은 수소차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차종에 따라 플로어체인지식, 버튼식, 다이얼식, 칼럼식 기어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차종별 특성과 사양, 전동화 흐름, 실내 공간 확보 등 여러 이유에서다.
“수소택시 실증사업엔 주로 젊은 기사들이 투입됐어요. 저보다 더 경험 많은 베테랑 기사가 있었지만, 버튼식 기어 등 생소한 시스템이 많아 비교적 빠르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젊은 사람이 우선됐죠. 수소차에 대해 알려주는 교육이 있었다면 나이가 많은 기사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도 전기차가 수소차를 앞선다. 현대차는 지난해 2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올바른 전기차 운전 문화 정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기차 운전자 대상 운전 교육프로그램 마련에 나섰다. 당시 양사는 운전자들이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전기차의 특성을 이해하고, 운행·관리 관련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신설·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같은 해 6월 현대자동차 울산하이테크센터는 울산 지역 내 개인택시 운전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전기차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반면 수소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운영 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꼽자면 지난 2021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시행하면서, 기존 안전교육과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운전면허시험에 수소차 안전관리 포함 △무료 교육 동영상 제공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차 가스누출 점검 실시 등의 방안을 마련한 것이 있다.
장준호 기사는 국내에 출시된 수소승용차 종류가 다양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들었다. 지난 2018년 출시된 현대차 넥쏘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산업부 등에 따르면 수소택시 실증사업 협약 당시 현대차는 시범운행 결과를 토대로 수소택시 모델 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래자동차 산업발전 전략 2030년 국가 로드맵(2019년 10월)’에도 SUV(스포츠유틸리티차),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 중형·고급 세단, 중대형 상용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차 차종 확대 의지가 담겼다.


현대차는 다양한 차종 확보 계획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수소 승용차 부문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CES 2024’에서 미디어 데이를 열고, 넥쏘 후속 모델을 2025년까지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앞서 지난 2021년에는 ‘현대자동차 탄소중립 로드맵(In progress with positive energy)’을 통해 “현대자동차는 2023년 이후, 승용 부문 수소전기차 라인업을 1종에서 3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2023년 하반기 넥쏘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뒤이어 2023년말 스타리아급 FCEV(수소연료전지차) 모델, 2025년 이후 대형SUV FCEV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목표는 ‘2022 현대자동차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도 재확인된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수소차와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021년 9월 발표했다.
여러 세그먼트의 수소차 라인업 구축, 더 나아가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는 수소경제를 체감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장준호 기사는 “처음엔 수소차가 전기차에 비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요즘 수소충전소가 많이 생겼지만 정작 도로 위엔 수소차가 적어 수소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걸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목적지인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에서 내리기 직전까지 장준호 기사는 수소차 보급 확대에 있어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소차가 좋다는 건 타본 사람만 알아요. 그런데 수소차는 홍보도, 교육도, 충전소도 아직 부족하죠. 수소차 가격은 비싼데 수소승용차 국고보조금 지원 대수는 많이 줄었고요. 여러모로 정부 지원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수소승용차 보급 목표는 줄이고, 수소버스 보급 목표는 늘리고 있다. 환경부의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살펴보면, 수소승용차 보급목표는 2023년 1만 6,000대에서 2024년 6,800대로 줄였다. 반면 수소버스(저상, 고상) 보급목표는 2023년 700대에서 2024년 1,720대로 늘렸다.

삼환운수에 다녀오고 며칠 후 윤선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연료전지기술부문(창원) 선임연구원과 전화했다. 윤선호 선임연구원은 이번 수소택시 실증사업을 담당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말은 수소차 보급 확대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수소택시 실증사업은 당시 현대차 넥쏘가 보증기간에 도달하거나 넘어갔을 때 부품이 어떻게 되는지 불명확했던 걸 연간 8만km~10만km를 달린다는 택시를 통해 단기간에 알아보려고 한 것입니다. 이 사업에서 주행거리가 16만km 이상 나온 택시 10대를 분해했어요. 거기서 나온 부품·소재를 해당 공급업체에 보냈고, 각 업체에서 부품의 잔여수명 등을 자체적으로 검토했죠. 우리는 고장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 과제를 수행했는데, 예상과 달리 잔고장도 거의 없었습니다. 차가 생각한 것보다 좋았어요. 수소차의 택시 확산은 바람직합니다. 너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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