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 성재경 기자] 각국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저탄소 수소, 즉 청정수소 생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미국만 해도 올해 국가 청정수소 전략·로드맵을 채택,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재생가능 에너지, SAF(지속가능한 항공연료) 생산을 위한 세금 공제, 자금 조달 기회에 맞춰 전략을 수정했다. 독일, 벨기에, 일본과 한국은 기존의 수소전략을 업데이트했고, 유럽을 포함한 여러 국가도 전략을 수정해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10Mt(메가톤), 2040년까지 20Mt, 2050년까지 50Mt의 청정수소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인도는 2030년까지 500만 톤의 그린수소 생산(125GW의 재생가능 용량 추가)을 목표로 하며, 아프리카의 나미비아는 2030년까지 1~2Mt, 2050년까지 10~15Mt의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한다.
지난 9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연례 간행물인 ‘글로벌 수소 리뷰(Global Hydrogen Review) 2023’에 따르면, 저탄소 수소 생산을 위한 각국의 목표치 합계는 2,700만~3,500만 톤에 달하지만, 실제 수요 창출 목표는 1,400만 톤에 불과하고 이 중 절반 미만은 기존 수소 사용에 집중돼 있다.
수소의 수요는 여전히 산업, 정제(정유) 부문에 집중돼 있으며 중공업, 운송이나 발전 같은 새로운 응용 분야의 비중은 0.1% 미만이다. 저탄소 수소가 기존 응용 분야에 매우 느리게 흡수되면서 총 수소수요의 0.7%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12월호에서는 IEA의 ‘글로벌 수소 리뷰 2023’을 기반으로 수소산업의 변화, 수소생산, 모빌리티·발전 부문의 현황과 새로운 흐름을 짚어보고자 한다.
수소산업 전망2022년 산업계에서 사용된 수소 53Mt 중 약 60%는 암모니아 생산에, 30%는 메탄올 생산에 사용됐고, 10%는 철강 하위 부문에서 석탄 기반 DRI(Direct Reduced Iron, 직접환원제철)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업계에서 쓰는 수소는 동일한 시설에서 나오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그레이수소에 든다.
2022년 업계의 전세계 수소사용량은 전년 대비 2%가 늘었는데, 이는 전세계 암모니아 수요가 0.4% 증가하고, 메탄올이 5%, DRI가 4%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성장률은 2021년도 평균보다 낮았다. 중국이 전세계 산업용 수소의 35%를 차지하면서 주요 소비자로 남아 있으며 중동(14%), 북미(10%), 인도(9%)가 그 뒤를 이었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로 2022년 산업계의 수소 사용이 감소한 유일한 소비 지역이다. 유럽의 수소 사용은 2022년에 18%가 감소했는데, 이는 분쟁의 여파로 암모니아 부문의 활동이 20% 감소했기 때문이다.
암모니아 가격은 지난해 중반 정점에 도달, 2020년 평균가 대비 6배나 급등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 가격이 하락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화학, 철강 부문의 전통적인 응용 분야 외에도 새로운 산업 응용 분야, 특히 100% 수소를 쓰는 DRI, 고온가열 분야에서 수소 사용이 늘고 있다. 이는 2030년까지 전체 수요의 16%를 차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 600kt(킬로톤) 이상의 저탄소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이미 건설 중이거나 FID(Final Investment Decision, 최종투자결정)가 진행된 상황이라 단기 전망은 긍정적이다.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유럽(40%), 중국(28%), 중동(24%)에 집중돼 있다.
독일의 슈타데 화학공장은 연간 200kt의 메탄올을 생산하기 위해 약 40kt의 수전해 수소를 사용할 계획이며, 네덜란드에 있는 야라(Yara)의 슬루이스킬 공장은 암모니아 생산 과정에 연간 800kt의 CO2를 포집할 계획이다.
또 스페인은 ‘카탈리나 프로젝트’를 통해 1.1GW 규모의 육상풍력,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고 500MW의 전해조를 설치할 계획이다. 221km에 이르는 수소배관을 구축해 연간 약 40kt의 그린수소를 암모니아 공장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국영 석유 대기업 시노펙(Sinopec)이 신장에서 추진한 260MW급 쿠차(Kuqa)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지난 7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여기서 생산된 그린수소는 ‘시노펙 타헤 정제화학’의 정유 공정에 사용된다.
중국은 특히 내몽골에서 대규모 그린수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연간 3만 톤의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는 ‘오르도스(Ordos) 프로젝트’가 지난 2월에 시작됐으며, ‘츠펑 암모니아 실증 프로젝트’의 경우 연간 2만4,200톤(전해조 용량 약 140MW)의 수소생산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다탕 둬룬 석탄화력발전소의 탈탄소화를 위한 175MW급 그린수소 실증사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수전해 부문, 중국의 약진2022년 저탄소 수소 생산량은 1Mt(전세계 생산량의 0.7%) 미만으로 2021년과 유사했고 전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했다. 하지만 2030년에는 저탄소 수소 생산의 70% 이상이 수전해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발표된 전해조 프로젝트의 55%는 개발 초기단계에 있다.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가로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프로젝트가 2030년까지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향후 수년간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발표된 수소생산 프로젝트 분석에 따르면, 유럽과 호주가 2030년을 기준으로 발표된 모든 수전해 프로젝트의 약 30%와 20%를 각각 차지한다. 유럽의 선두주자는 스페인,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로 이들 4개국이 유럽 전해조 생산량의 약 55%를 차지한다.
2022년 말까지 전세계에 설치된 수소생산용 전해조 용량은 약 700MW에 달했다. 최소한 FID에 도달했거나 건설 중인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모든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말 글로벌 수전해 용량은 3배 이상 늘어난 2GW(약 0.2Mt의 수소생산량에 해당)에 이를 전망이다.
2022년 말까지 알칼라인 전해조가 설치 용량의 60%를 차지했고, 양성자교환막(PEM) 전해조가 약 30%로 그 뒤를 이었다. 향후에는 PEM이 알칼라인 전해조 대비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면서 몇 년 안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어떤 전해조 기술이 사용될지 미정이거나 미공개인 곳이 많아 섣부른 예측은 어렵다. 기술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고체산화물 전해조(SOEC)의 설치 용량은 1% 미만이다.
2022년 말까지 전해조 제조업체가 공개한 가용 제조용량은 연간 14GW에 이르며, 이 중 절반은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국 내에 위치해 있고, 추가로 1/5은 유럽에 있다. 하지만 실제 전해조가 시중에 공급된 양은 이보다 훨씬 적다.
전해조 생산량과 제조업체가 명시한 제조용량 사이의 큰 격차를 고려할 때, 북미와 유럽에서 재정 인센티브를 활용하려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주문량이 크게 늘면서 제조업체들이 2~3년 안에 생산량을 몇 기가와트씩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업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전해조 제조 능력은 2030년까지 연간 155GW에 달할 수 있으며 제조 능력의 25%는 중국에, 20%는 미국과 유럽에, 6%는 인도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30년까지 나온 확장 계획 중 20%는 위치를 명시하지 않고 발표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현지 수요, 현지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미국의 IRA 등) 등의 영향에 따라 향후 전해조 공급망 거점이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현재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주로 석탄과 천연가스를 통해 약 3,300만 톤의 수소를 생산했지만, 최근에는 수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 2022년까지 전세계 전해조 용량의 30%가 중국에 설치됐다.
올해 초부터 중국은 수전해를 통한 수소생산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연말까지 설치되는 전해조 용량이 1.1GW에 달해 전세계 점유율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사업을 통해 향후 몇 년간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중국의 예상 전해조 설치용량은 2024년 3.3GW로 3배 증가하고, 2025년에는 약 5.4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에서 100~500MW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중국의 전해조 제조사들은 스택의 용량, 성능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작년 12월 페릭(Peric Hydrogen Energy Technologies)은 세계 최초로 2,000Nm3/h(시간당 180kg 수소생산)급 단일 스택을 적용한 알칼라인 전해조를 선보였고, 론지(Longi Hydrogen)는 올해 2월 직류전기를 사용하는 44.5kWh/kg급 알칼라인 전해조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수소생산 비용수소생산 비용은 사용되는 에너지원의 기술과 비용에 따라 달라지며, 지역에 따라서도 큰 편차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이전에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그레이수소 생산의 균등화 비용이 1.0~3.0달러/kg 범위에 있었다.
2021년에 이러한 생산 경로는 CCUS(1.5~3.6달러/kg)를 적용한 화석연료 사용, 재생에너지 전기와 연계한 수전해 수소생산 비용(3.4~12달러/kg)과 비교했을 때 가장 저렴한 수소생산 방식에 든다.
재생가능한 전기 비용은 이미 지난 10년간 크게 감소했다.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태양광 모듈 비용은 80%나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단기적으로 추가 비용 하락이 둔화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예상대로 대규모 배치가 이뤄질 경우 태양광발전 전기를 사용하는 전해수소 생산 비용은 1.6달러/kg로 떨어질 수 있다.
2030년까지 아프리카, 호주, 칠레, 중국, 중동 등 일사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태양광발전과 연계한 수소생산이 가장 저렴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해상·육상풍력 자원도 수소의 균등화 비용이 크게 감소해서 북서 유럽에서는 2.1달러/kg 미만에 도달할 수 있고, 미국에서는 2.3달러/kg 미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의 새로운 생산·유통 경로최근 저탄소 수소 생산 경로로 바이오매스 가스화, 메탄 열분해, 천연수소 탐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수소는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바이오에너지(바이오매스나 폐기물)에서 생산될 수 있다. 바이오에너지를 사용해 탄소배출 강도가 낮은 저탄소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CCUS와 결합할 경우 탄소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일본과 프랑스에서는 이미 폐수 슬러지를 공급원료로 하는 시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상업 규모의 시설은 곧 가동에 들어간다. 지난 2월 SGH2 Energy는 미국 랭커스터에서 플라즈마 강화 가스화 기술을 사용해 연간 4.5kt의 수소를 생산하는 공장 건설에 최종투자결정을 받았고, 미국의 모트(Mote)는 목재 폐기물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두 번째 실증 공장에 CCUS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고온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해 메탄(천연가스)을 열분해해서 수소와 카본블랙을 생산하는 기술개발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지층에 기체상태로 저장된 ‘천연수소’ 탐사에 나선 기업도 크게 늘었다. 2020년 3개 기업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 중반 40개로 늘었다. 일부 국가는 규제 때문에 프로젝트 개발이 둔화되긴 했지만 호주, 프랑스, 말리, 스페인, 미국에서는 이미 라이선스가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 업체가 개발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셸(Shell), BP, 셰브론(Chevron) 등이 미국 지질조사국, 콜로라도 광산학교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합류해 지질조사에 나서는 등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소를 이용한 암모니아 합성 외에도 피셔-트롭쉬(Fischer-Tropsch) 공정을 적용한 합성 메탄, 디젤, 등유 같은 합성연료 생산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액체연료는 수소보다 저장·운송이 쉽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선박이나 항공 부문의 규제 강화로 e메탄올, SAF 같은 새로운 수요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의 수소 프로젝트에서 잠재적인 수소생산량의 80%는 수소수송을 위해 암모니아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암모니아는 비료의 원료로 쓰거나 발전 시 혼소 연료로 바로 쓸 수 있다. 암모니아를 수소로 다시 전환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여기에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 방식을 선호한다.
청정수소로 생산한 암모니아의 수요처를 확보해서 최종투자결정에 이른 프로젝트는 3개 정도에 불과하다. 에어프로덕츠가 계약을 체결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프로젝트, 오만의 그린수소·화학 프로젝트(Green Hydrogen & Chemicals SPC), 미국 도널드슨빌에 있는 CF Industries의 비료공장이 여기에 든다.
수소 무역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 중인 국가로 호주를 들 수 있다. 저탄소 수소, 수소 기반 연료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로 떠오른 아시아 시장과의 근접성 덕분에 수출량 기준으로는 무역 프로젝트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호주의 뒤를 이어 중남미와 북미가 2030년까지 수소 무역의 1/3을 차지할 수 있다. 또 아프리카와 유럽은 2030년까지 각각 6%와 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는 수소 수출 물량은 모두 유럽 대륙 안에서 소비될 전망이다.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도 대규모 수출 중심 수소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이는 2030년까지 세계 무역량의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중동 지역은 2040년까지 세계 수출 물량의 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차 보급 위한 인프라 확보 절실2022년 말까지 수소전기 승용차와 밴의 보급은 2021년 대비 약 40% 증가한 5만8,000대를 넘어섰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약 6만3,000대에 도달했다.
한국은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3만2,000대 이상의 연료전지 차량을 보급한 세계 최대 수소전기차 시장으로 남아 있다. 두 번째로 큰 시장은 미국으로 약 1만6,000대의 수소전기차가 도로에서 운행되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세 번째로 큰 수소자동차 시장이지만, 2022년에는 1,000대 미만이 판매됐다. 유럽이 약 1,500대를 추가하면서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은 2022년에 200대 이상의 차량을 추가하는 데 그쳤지만, 상용차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소트럭의 보급은 소형 차량보다 더 빠르게 진행됐다. 2022년에 60% 이상 증가해 연말까지 총 7,100대를 넘겼다. 2023년 상반기 보급대수는 8,000대 이상에 이른다. 차량 보급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발생했으며, 현재 중국이 전세계 수소트럭 수요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유리한 정책 지원, 충전 인프라를 앞세워 2021년 말부터 2023년 6월까지 수소트럭 보급을 크게 늘렸다.
수소전기버스의 경우에는 2023년 6월 기준 약 7,000대가 보급됐으며, 이 중 약 85%가 중국에서 운행된다. 또 작년에는 약 1,300대의 수소버스가 추가됐다. 중국에 이어 유럽이 두 번째로 많이 보급됐고, 한국과 미국이 그 뒤를 이었다.
수소전기차 보급이 더딘 이유는 수소충전소 부족, 수소 공급량 부족 등 인프라 문제가 크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수소공급 차질로 지난 9월 수소 1kg당 충전 가격이 3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기차와의 보급 격차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
덴마크의 수소에너지 기업인 에버퓨얼(Everfuel)은 수소운송용 타입4 저장탱크의 수소 누출 사고를 계기로 수소공급 사업에서 손을 떼고 그린수소 생산 사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코펜하겐에 있는 충전소에 수소공급이 끊기면서 택시 스타트업인 Drivr이 보유한 도요타 미라이 차량 100대의 운행이 중단됐다.
국내만 해도 현대제철 수소공장 내 압축기가 고장 나면서 수도권, 충청과 강원 일부 충전소가 수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하는 국내 최초 온사이트형 ‘충주바이오 수소융복합충전소(그린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한 차량이 고장을 일으켰고, 그 여파가 목행동 수소버스충전소로 번지면서 충주지역 수소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팬터그래프에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 없이 전동차 운행이 불가능하듯, 교통 거점에 수소충전소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수소차 보급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인프라 확대와 더불어 수소 수급 문제, 수소 설비나 핵심 부품에 대한 기술 확보 등 선결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전력 부문에서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는 오늘날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전세계 발전 혼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 미만이다. 이 또한 정제된 순수소가 아니라 철강 제조 과정, 정유공장이나 석유화학 플랜트에서 나오는 수소를 함유한 혼합가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전을 위해 순수소를 사용하는 기술은 최근 상업적 이용이 가능해졌으며 연료전지, 내연기관 엔진(ICE), 가스터빈의 일부 설계는 수소 혼소 또는 수소 전소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다. 또 발전에 암모니아 형태로 수소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된다.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암모니아 동시 연소는 일본과 중국의 시험에서 성공적으로 입증됐다. 암모니아는 가스터빈의 연료로도 쓸 수 있다. 100% 암모니아의 직접 사용은 일본에서 지난 2022년에 2MW 가스터빈 실증에서 성공적으로 시연됐으며, 순수 암모니아 사용을 위한 40MW 가스터빈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전력 부문에서 무탄소 에너지인 수소나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기 위한 시도가 부쩍 늘었다. 국내에서는 한화임팩트가 지난 7월 80MW 중대형 가스터빈 실증에서 수소혼소 비율 60%를 달성했다. 또 지멘스에너지는 지난 10월 프랑스에서 진행된 ‘HYFLEXPOWER 프로젝트’에서 100% 재생가능한 수소로 산업용 가스터빈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수소혼소가 가능한 천연가스 기반 Siemens SGT-400 모델에 1MW 전해조로 생산한 수소를 공급해 테스트를 수행했다.
중국에서는 안후이성 에너지 그룹(Anhui Province Energy Group)이 3개월에 걸쳐 완능 퉁링 석탄발전소에서 300MW급 보일러로 10~35% 암모니아 동시 연소 시험을 완료했다. 후속 사업으로 1GW 석탄발전소에서 50% 암모니아 동시 연소에 대한 추가 실증을 이어간다.
국내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2021년부터 석탄발전소용 암모니아 혼소 전용 버너 개발을 진행해왔다. 1단계 사업으로 내년 연말까지 60MWt 혼소버너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부터 USC(Ultra Super Critical, 초초임계압) 보일러가 있는 신보령발전소에 설치해서 2단계 실증에 나선다. 암모니아 혼소량은 20%로 잡고 있다.
단기적으로 무탄소 연료인 수소와 암모니아 혼소 기술을 통해 기존 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수소 전소, 암모니아 전소를 통해 전력시스템의 탈탄소화에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