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100 전주기 실증을 하는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 전경.(사진=SK에코플랜트)

[토토 사이트=성은숙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의 국제적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 교섭 오찬, 한·영 비즈니스 포럼, 스탠포드대 한일 정상 좌담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일정마다 무탄소연합을 언급했다. 

이러한 외교적 노력에 화답하듯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UAE ENEC),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영국과는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추진에 대한 양국의 공감대를 확인했다.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수소경제 활성화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와 무탄소연합
“대한민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와 같은 고효율 무탄소에너지를 폭넓게 활용할 것이며, 이를 기후위기 취약국들과 공유함으로써 그들에게 이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무탄소에너지에 관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고, 민간의 기술혁신과 투자를 촉진하고자 합니다.”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무탄소(CF) 연합(Carbon Free Alliance)’ 결성을 제안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무탄소에너지(Carbon Free Energy)는 전기 생산 과정에서 직접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을 말한다.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는 물론 원자력, 청정수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까지 포함한다. 특정 에너지원을 사전에 지정하기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소 기준을 정하고 그 이하를 가리키는 ‘기술 중립적’ 개념이다.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는 무탄소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에너지 분야의 탈탄소화를 촉진하는 국제적 운동을 뜻한다. 

▲ 한빛원자력발전소 야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RE100이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불리한 나라에 소재한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탄소중립 이행수단으로 다양한 에너지원을 두루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하고, 전력계통이 고립돼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발전 비용이 높다고 알려진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2014년 시작됐다. 비정부기구 The Climate Group과 CDP(탄소공개프로젝트)가 협력했다. 허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은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다. 

이와 비슷한 민간 차원의 캠페인으로 24/7 CFE Compact가 있다. 이는 24시간, 7일 내내, 연중무휴 무탄소 전원으로 사용 전력 100%를 조달하자는 캠페인이다. SEforAll(Sustainable Energy for All), UN Energy, 구글의 협력으로 2021년 시작됐다. 허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원을 비롯해 원자력, 탄소포집·저장(CCS) 등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 모든 유형의 발전원이다. 

정부는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와 RE100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는 RE100을 대체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범위를 확장하자는 보완재적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즉 기업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뜻이다.
 
정부의 무탄소이니셔티브 추진 행보
정부는 무탄소이니셔티브를 세계적인 캠페인으로 확산하기 위한 작업을 숨가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무탄소이니셔티브 추진을 위한 핵심기구인 무탄소연합은 지난 10월 12일 창립총회를 열고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전 의장을 회장으로 선출한 지 보름여 만에 법인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 출범식을 열었다. 무탄소연합은 무탄소이니셔티브 추진을 위한 핵심기구다. 

회원기업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LG화학, 한화솔루션, 한화임팩트, 고려아연, LS일렉트릭,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GS에너지 등이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한전원자력연료 등도 참여했다. 

▲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의 Port Arthur, Texas Carbon Capture 시설.(사진=Air Products)

10월 19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30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무탄소에너지이니셔티브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통해 각국의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내며, 인증체계 구축과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추진과제는 △인증체계 구축 및 국제표준화 추진 △무탄소연합 출범 및 무탄소에너지 프로그램 개발 △글로벌 아웃리치를 통한 확산 △국제공동연구 및 개도국 지원 확대 등 총 4가지다. 

이 중 무탄소에너지인증체계(안)은 2024년 상반기에 청정수소인증제, RE100 등 관련 기존 제도와 연계성 확보를 고려해 설계하고, 무탄소연합과 주요 참여국과의 협업을 통해 협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국가표준기술력향상사업(2024년)’을 통해 국제표준화기구(ISO·IEC 등)에 제안할 수 있는 국제표준(안)을 도출하고, 2025년에 제안할 계획이다.

이 밖에 SMR(소형모듈원자로)·수소·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 무탄소에너지 분야에 대한 에너지국제공동연구 규모는 올해 120억7,000만 원에서 2024년 185억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에너지기술 분야 다자 협력채널(미션이노베이션(MI),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연구기술위원회(CERT) 등)을 활용해 미국·영국·호주·중국·폴란드 등 주요 협력국과 무탄소에너지(CFE) 분야 신규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아울러 유·무상원조를 통해 지원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의 무탄소에너지 활용 프로젝트를 발굴할 계획이다. 또 2024년에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등 기후변화대응 관련 국제기구와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동참을 제안하기 위한 행보도 적극적이다. 그 결과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1월 24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에서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UAE ENEC)는 11월 24일 화상회의를 통해 우리의 무탄소이니셔티브와 ENEC·세계원자력협회(WNA)의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를 교차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60MW).(사진=두산에너빌리티)

또 산업부는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와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체결, 이를 통해 양국은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청정에너지 기술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지난 11월 22일 밝혔다. 이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 채널로 연례 고위급 대화체를 신설한다.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에는 정책, 원전, 해상풍력, 핵심광물, 수소, 그리드·전력시설, R&D 등에 대한 협력 내용이 담겼다.

미국과는 무탄소에너지 활용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지난 11월 16일(현지시간) 방문규 산업부 장관과 미 국무부 호세 퍼르난데스(Jose W. Fernandez) 차관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 에너지 비즈니스 원탁회의(라운드테이블)’에서 양국 주요 기업인들이 다양한 청정에너지 활용 촉진과 청정전력 투자 확대를 위해 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는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LS, 한국전력공사, 마이크로소프트,구글, 아마존, 엑슨모빌, 미국전력연구소(EPRI) 등을 비롯해 무탄소연합, 미 청정에너지구매자연합(CEBA)이 참석했다.  

이 밖에 장영진 산업부 제1차관은 지난 10월 17일 서울 엘타워에서 진행된 쩐 뚜엉 아잉(Tran Tuan Anh) 베트남 당 정치국원 겸 중앙경제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무탄소연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무탄소이니셔티브, 수소산업 활력 기대
이처럼 무탄소이니셔티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점차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소 관련 기업과 CCS 기술 보유 기업에겐 사업이 활성화되는 글로벌 차원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무탄소연합 회원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무탄소에너지 개발사업 전문 자회사 ‘두산지오솔루션’ 설립을 결정했다. 해상풍력, 수소, 연료전지 등 무탄소에너지 프로젝트를 발굴, 투자하고 운영과 유지·관리까지 총괄하는 디벨로퍼(개발사업자) 사업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무탄소에너지 사업권을 선점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전력판매와 배당 수익으로 안정적인 매출 확보도 추진한다. 

▲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있는 380MW 급 수소터빈의 축소모형.(사진=두산에너빌리티)

앞서 11월 6일~8일 두산에너빌리티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인베스트 코리아 써밋’에서 자사의 무탄소에너지 사업 역량을 드러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원전, SMR(소형모듈원자로), 해상풍력 등 발전 주기기 공급 확대 △풍력발전 연계 청정수소 생산시스템 개발, 원전 활용 수소생산기술 개발 △2027년 400MW급 수소전소터빈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무탄소에너지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만큼 앞으로 이를 통해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자은 LS 회장은 그룹 창립 20주년 맞이 임직원 격려 메시지를 통해 무탄소에너지와 미래산업을 선도하겠다는 ‘LS 비전 2030’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앞서 지난 1월 2일 구자은 회장은 ‘비전 2030’을 선언, 8년간 2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무탄소에너지 선도를 위한 신성장 사업으로 △무탄소에너지 발전 사업(풍력, 태양광, ESS) △수소 가치사슬 사업(인프라, 저장, 유통) △송·배전 솔루션 사업(해저, 초고압 케이블) △CFE 배전 사업(가상발전소, 전력수요관리, RE100) △데이터 기반 플랫폼 사업(전력 인프라 최적 관리) △통신 솔루션 사업(통신 케이블) 등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SK E&S, 포스코인터내셔널은 CCUS 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SK E&S는 동티모르 석유·광물자원부와의 협력으로 CCS 기반 보령 청정 블루수소 사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SK E&S와 동티모르 측은 곧 생산종료를 앞둔 바유운단(Bayu-Undan) 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 바유운단 가스전 전경.(사진=SK E&S)

또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Santos)와 함께 국내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호주 내 저장소로 운송·저장하는 국경 통과 CCS 사업을 개발하는 데 상호 협력한다. 양사는 이미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동티모르 해역 바유운단 가스전에 영구 저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2월 에너지 부문 산하에 CCS사업화추진반을 신설하고 CCS 사업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토지관리국 주관 CCS사업 국제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미국 내 해상 탄소저장소(CCS)를 확보했다.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향후 호주, 동남아로 CCS사업을 점차 확장할 계획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가 성공적으로 안착된다면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연료전지나 수소발전을 통해서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직접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무탄소 발전원도 기업이 구매할 수 있게 됨으로써 수소경제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해외에서 RE100만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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