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설 여수 묘도 전경.(사진=여수시청)
수소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설 여수 묘도 전경.(사진=여수시청)

현재 국내 수소경제는 침체됐다.   

대규모 유통망 구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규제 완화와 안전 규정 확립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보급 확대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수소모빌리티가 개발되고 있지만 승용차와 버스 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상황이 어수선해지면서 국내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조치로 인해 수출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수소사업 투자를 조절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2022년 7월 수소기업협의체인 H2 비즈니스 서밋은 수소펀드 출범을 국내외에 공식 선포했다.

수소펀드는 국내외 수소 생산·유통·저장 인프라 구축, 핵심 수소기술 개발 등에 투자하기 위한 것으로, H2 비즈니스 서밋 회원사 등 국내 기업과 외부 투자자의 출자 등을 통해 5,000억 원 규모를 목표로 수소펀드를 결성해 10년간 운용 후 청산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2022년 말까지 투자자를 모집하고 자금을 매칭해 2023년 초부터 수소분야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느라 펀드 참여를 미루면서 아직도 수소펀드 조성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및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정부의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소가 미래전략·경제안보에 필요한 산업이자 국가전략기술인 만큼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에 정부는 수소를 비롯해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 전반을 폭넓게 지원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한다.

50조 원 규모 기금 조성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 모습.(사진=기획재정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 모습.(사진=기획재정부)

정부는 지난 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경제안보의 핵심인 첨단전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금은 50조 원 규모로 한국산업은행에 조성되며 재원은 정부 보증 첨단전략산업기금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기금 운영자금 등은 산업은행의 자체재원으로 기금에 출연해 충당한다. 해당 재원을 기초로 시중은행과 협력해 총 100조 원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대상은 첨단전략산업과 국가전략기술 보유 생태계 전반을 구성하는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이다. 대상 산업은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된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방산, 로봇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백신, 수소, 미래형 이동·운송수단, 인공지능 그리고 미래전략 및 경제안보에 필요한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이다. 

자금은 그동안 정책금융기관이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던 방식을 통해 지원한다. 지원방식은 총 4가지로 나뉜다.

먼저 시장성 차입‧저리 대출이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에 지분투자자로 참여해 자금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대규모 공장설비를 신설할 때 지원기업과 SPC를 설립하고 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일정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다. 

특히 민간자금 매칭비중이 높아 단기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현행 정책 펀드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기술‧인프라 투자에 집중하도록 설계한다. 

또한 전력, 용수 등 초장기 인프라 사업에 기금이 후순위 보강하고 산은, 민간은행과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다. 일정수준(7.4%) 후순위 보강 시 은행출자분은 대출수준의 위험가중치만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 은행의 출자부담을 경감시킨다.

설비 투자, R&D 등 자금을 국고채 수준으로 지원하는 것을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첨단산업에 적용한다. 이를 위해 은행과의 공동대출을 통해 전체 지원 규모를 확대한다. 다만 단순 운영자금 또는 기존차입금 상환 목적의 자금은 원칙적으로 제외한다.

아울러 첨단전략산업의 글로벌 수주경쟁 시 수주산업의 구매상대방에게 금융지원 패키지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금융지원 부족으로 수주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소한다. 그동안 구매국에서 금융패키지를 원하나 산은, 수은 등 정책금융기관의 한도‧금리에 한계가 있어 지원하기가 어려웠다.

정부는 기금을 투명하고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국회, 정부, 금융위, 대한상의, 산은에서 추천하는 이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심의회를 설치·운영한다. 또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지원대상 산업 추가, 연도별 운용 규모 등 기금 운용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달 중 산은법 개정안 및 정부보증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기금이 빠르게 조성될 수 있도록 하고 법이 통과되면 최소한의 준비기간을 거쳐 조속히 지원을 개시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운용의 묘를 잘 살리고 규제 완화, 인프라 조성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9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H₂ MEET 2024에 마련된 현대차 부스.
지난해 9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H₂ MEET 2024에 마련된 현대차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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