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중립을 위한 도심 건물 내 청정에너지 적용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2024년 6월 14일)에 따른 분산형 전원의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심 내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에 이르는 수소 전주기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건물 내 전력 생산설비 중 하나로 연료전지가 사용되고 있는데, 도시가스 개질형이다. 연료전지에 도시가스를 투입하면 연료전지 내부에서 수소를 추출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의 복잡성과 고장 등의 문제가 있다. 수소를 바로 연료전지에 투입하는 직접 수소용 연료전지가 개발되고 있는 이유다. 두산퓨얼셀파워, 에이치앤파워, 범한퓨얼셀 등의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 제조사들이 직접 수소용 연료전지를 개발했다. 특히 청정수소 사용 확대에 대비해서도 직접 수소연료전지가 필요하다.
직접 수소연료전지에 필요한 수소를 조달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외부에서 가져오는 경우 수소 생산지에서 육상(튜브트레일러)과 배관망을 통해 운송하는 방식이 있다. 그러나 수소경제 초기에는 대량의 수소 수요가 창출되지 않아 이 같은 운송방식은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장거리 배관망은 고가의 배관투자비가 필요해 대량 수요가 받쳐주어야 한다.
도심 현지에서 바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이미 에이치앤파워가 도심형 수소추출기를 개발했다. 기존에 국내 수소추출기 업체로는 제이엔케이글로벌, 원일티엔아이, 현대로템 등이 있지만 주로 수소전기차용(승용차, 버스, 트럭 등) 수소를 생산하는 곳에 적용되는 추출기를 공급하고 있다.
도심형 수소추출기와 직접 수소연료전지가 통합적으로 건물에 실효성 있게 적용될 수 있는 기술기준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실증사업이 막바지 단계에 있어 주목된다.
수소추출기 연계 연료전지 실증
에이치앤파워는 2024년 11월 말부터 충북테크노파크 스마트IT관 부지에서 수소추출기 연계형 연료전지 안전 실증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사업 연구개발 과제로 시작된 이번 사업은 국내 최초로 도심지 공공건물 내 현장에 수소추출기와 연료전지(SOFC, PEMFC)를 설치하고, 수소추출기를 통해 도시가스에서 추출한 수소를 직접 연료전지에 투입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기술을 실증하는 사업으로, 올해가 사업 수행 기간의 마지막 해이다.

이 과제는 △수요 부하용 수소 생산량 조절이 가능한 수소추출시스템 △직·병렬 연결 및 확장이 가능한 직접 수소 SOFC 및 PEMFC 시스템 △수소추출기를 연계한 직접 수소연료전지 통합 제어 시스템, 부하 추종 시나리오 구현 및 안전성 제고를 위한 통합 시스템 운전기법 등을 개발·실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적용하기 위한 기술기준안을 도출해 법제화까지 추진하는 게 핵심이다.
주관기관인 에이치앤파워는 디알퓨얼셀, 두산퓨얼셀파워, 범한퓨얼셀, 한국기계연구원, 미래기준연구소 등 9개 기관과 협력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에이치앤파워는 수소추출기 및 직접 수소연료전지(SOFC) 제작·실증, 실증사이트 시설 공사,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및 시운전, 현장 실증, 시스템 최적화 및 신뢰도 향상 등의 역할을 맡았다.
에이치앤파워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연구개발 과제 지원으로 2022년 1월 국내 최초로 개발을 완료한 10N㎥/h급 수소추출기 ‘HyG-10’을 이번 실증사업에 투입했다.
‘HyG-10’은 탈황기, 개질기, 정제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정제 후 배기가스에 남은 열원을 회수해 수소추출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도시가스 수증기 개질 반응을 거쳐 PSA(압력변동흡착) 공정을 통해 정제한 후 10N㎥/h 유량(약 20kg/day)의 99.999%(5N) 초고순도(수소 내 불순물농도 CO 0.2ppm 이하, CO2 2ppm 이하, CH4 2ppm 이하) 수소를 생산한다. 수소전환효율은 67%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3kW 직접 수소 SOFC 시스템’도 함께 실증운전 중이다. 이 SOFC 시스템은 충남도 규제자유특구 과제를 통해 SPG수소의 당진 현장에 설치되어 SPG수소로부터 제철소의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약 600시간의 장기운전을 한 경험이 있다.
류충현 에이치앤파워 영업기획팀 과장은 “직접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바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시스템의 안정성이 매우 높다. 도시가스 등의 연료를 수소로 추출(개질)하기 위한 관련 부품들이 불필요해 시스템을 단순화할 수 있고 고장 등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며 “또 당사 제품의 경우 시스템에 투입되는 수소의 재활용을 통해 수소연료의 사용량을 최소화함으로써 발전효율도 57%(SZU 성적서 기준)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디알퓨얼셀은 수소추출기 시작품 제작·평가 후 실증용 수소추출기 시제품을 제작해 장기운전 성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두산퓨얼셀파워는 1kW, 범한퓨얼셀은 5kW 및 10kW 직접 수소연료전지(PEMFC)를 제작해 제어 로직을 개발하고 장기운전 성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정윤호 범한퓨얼셀 영업부 주임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 연구과제를 통해 건물용 직접 수소연료전지(5kW, 10kW) 개발에 성공하고 KGS 인증을 획득했다”라며 “특히 10kW는 KGS 인증시험에서 56.9%의 발전효율을 기록하며 기술력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가스안전연구원은 △수소추출기 연계 발전시스템 사례 및 안전성능 평가항목 분석, 제품 위험요소 및 안전기준 분석 △수소추출기 안전성능 실증평가 및 프로토콜 도출 △수소추출기 연계 발전시스템 제품 기준 및 대용량 수소추출시스템 적용 가능 안전기준안 법제화 추진 등의 역할을 맡았다.
한국기계연구원은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및 수소 분리설비 제어 로직의 개선·실증을 지원한다.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수소추출·개질 관련 기초연구(10N㎥/h 고순도 수소생산용 연료 전처리 장치 개발, 1만N㎥/h 고순도 수소생산용 연료 전처리 공정 설계)를 맡았다.
미래기준연구소는 위험장소 구분 및 수소사용시설 안전기준 등의 법제화를 추진한다. 호서대학교는 수소 추출시스템 및 직접 수소연료전지 비상정지 안전관리표준 매뉴얼과 정성적 위험성 평가기법(HAZOP) 및 JSA를 통한 통합 시스템을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충북테크노파크는 실증부지를 확보해 부대설비를 구축한 이후 실증 운영 및 도시가스 사용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번 과제에 적용되는 수소추출기와 직접 수소연료전지는 실증운전에 앞서 수소법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KGS)의 수소 용품 인증을 완료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실증운전 과정에서는 개별 장비들의 장기운전, 장비 간의 연계운전 및 안정화, 통합운전을 통해 건물에 실제 적용 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장기 운전데이터를 확보해 실효성 있는 기술기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과제 수행 중에 이미 수소추출기 제품 기준(2건)과 연료전지 제품 기준(4건)의 법제화를 완료했다. 추가로 대용량 추출시스템 및 수소사용시설 안전기준, 화재 폭발 위험방지 안전기준의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실증 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윤금재 에이치앤파워 서비스엔지니어링팀 과장은 “시동, 정상운전, 가동정지, 비상운전 등의 운전 모드 시험과 건물 내 수소 누출 대비 환기 시스템 정상 작동 여부 확인을 통한 문제점 해결방안 마련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추진 계획과 사업 모델은
에이치앤파워는 이번 과제가 종료된 이후 공공건물용 수소추출기 연계형 연료전지 시스템 경제성 확보방안을 수립하고, 후속 프로젝트 제안을 통해 실증설비 장기 운영을 위한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에이치앤파워는 이번 실증과제가 정부가 추진 중인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등 주요제도 내에서 수소에너지 적용을 확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열분해유, 바이오가스 등의 도심·산업폐기물을 활용한 수소추출시장 확대를 통해 자원순환모델을 가능케 하고, 기존 수소충전소의 슈퍼스테이션 전환·변경 가능성을 제고하는 등 수소 인프라 분야의 신규 시장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개별 개발품들을 통한 사업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 소형 수소 모빌리티(자전거, 바이크 등), 수소 지게차 등 수소전기차보다 작은 규모에 적합한 수소공급 솔루션으로 수소추출기를 적용할 수 있다. 수소공급이 원활한 지역과 사업장 내에는 분산발전원으로 직접 수소연료전지 제품을 적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번 과제에서 적용한 수소생산부터 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통합시스템을 활용해 수소를 기반에너지로 활용하는 분산에너지 솔루션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