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인수한 아르헨티나에 있는 리튬 염호.(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인수한 아르헨티나에 있는 리튬 염호.(사진=포스코)

지난 2021년 11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요소수 부족 사태’다.

요소수는 유해가스를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촉매제로, 주로 디젤엔진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줄이는 데 사용된다. 국내 디젤화물차 약 330만 대 중 약 200만 대가 300~600km마다 10~20리터의 요소수를 주입해야할 만큼 중요한 자원이다.

요소수의 핵심원료인 요소는 석탄을 활용해 생산되나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당시 요소 수입의 97%를 차지하고 있던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했다. 이는 석탄생산량 감축에 따른 비료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함이다.

중국 정부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친환경 국가임을 강조하고자 석탄생산량을 감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겨울 밀 농사철이 다가오자 중국 정부는 비료 가격 안정화를 위해 2021년 10월 15일부터 핵심원료인 요소 수출을 통제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요소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요소수 품귀현상이 발생, 한때 차량용 요소수 10리터 가격이 20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디젤화물차들이 요소수를 제때 주입하지 못해 물류대란 위기가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태스크포스 구성, 긴급수급조정조치, 불법유통 단속 등을 통해 간신히 막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패권 다툼으로 인한 자원 무기화가 심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이 잇따라 발발하면서 에너지·자원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가 매우 중요해졌다.

이에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 생산시설 확충 등 민간 공급망 안정 노력에 대해 재정·세제·금융·규제지원 패키지를 제공하는 ‘공급망 3법’의 제정 및 개정을 추진, 지난 1월 3법 중 하나인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하 자원안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자원안보 필요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요소수 부족 사태.
자원안보 필요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요소수 부족 사태.

자원안보법 제정
자원안보법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주요 자원들의 공급망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시가스사업법 △광업법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등 에너지원별 대상의 개별법을 묶은 상위법으로,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일반법에 우선해 적용한다.

주요 내용은 탄소중립, 자원무기화 등 국내외 환경변화에 맞춰 자원안보의 대상과 범위를 석유, 가스, 석탄, 핵심광물, 우라늄, 수소, 재생에너지 소재·부품 등으로 확대하고 평시에는 비축, 공급망 취약점 분석,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국내외 생산기반 확충 지원 등을, 비상시에는 위기대책본부(산업부장관) 구성, 수급안정조치, 국내 반입 확대 등이다.

수소가 포함된 것은 향후 국내에서 소비되는 수소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50년 수소사용량 전망치 2,790만 톤 중 2,290만 톤을 수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전경영연구원은 청정수소발전이 시작되는 2028년 우리나라가 약 40만 톤의 청정수소를 수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하다.

이어 정부는 지난 7월 31일 ‘자원안보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먼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해광업공단 △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자원개발협회 등을 자원안보전담기관으로 지정했다. 전담기관은 △5년마다 10년 기본계획·시행계획 수립 △국가자원안보통합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자원안보 진단·평가 등을 수행한다.

정부는 전담기관으로서의 업무 수행을 위한 상설조직, 상근직 전문인력, 시스템, 보안대책을 보유한 기관을 자원안보전담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만약 업무 수행 능력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또 비축, 재자원화 등을 통해 핵심자원 수급관리를 수행할 기관으로 △가스공사(천연가스, 수소) △석유공사(석유, 수소화합물) △석탄공사(석탄) △한수원(우라늄) △광해광업공단(핵심광물) △에너지공단(재생에너지 설비의 소재‧부품)을 각각 지정했다.

평시에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상시 비축하고 위기가 발생했을 땐 비축기관을 확대하고 추가 비축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원화해 비축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상황별 비축물량은 해당 핵심자원의 국내외 수급현황 등을 고려해 고시로 규정한다.

이와 함께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해광업공단 △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공단 등 주요 에너지·자원 관련 기관은 산업부 요청에 따라 석유, 가스, 핵심광물 등 분야별 공급망 취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공급망 점검·분석을 실시하며, 산업부는 결과에 따라 각 기관에 시정·보완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산업부 장관은 △재자원화산업클러스터 조성 △재자원화 전문인력 양성 등을 포함한 재자원화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재자원화산업클러스터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시·도지사, 관계 중앙행정기관 협의 등을 거쳐 재자원화산업클러스터 지정이 가능하다.

자원안보위기 발생 또는 발생 우려 시 위기의 심각성, 파급력 등을 고려해 자원안보위기 경보를 수준별로 발령한다.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운영할 계획이며 단계별 발령 기준은 고시로 규정한다.

해외개발핵심자원 반입, 비축자원 방출, 핵심자원 판매가격 상한제 등 긴급대응조치 발령요건과 절차를 구체화하고 해당 조치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운영한다.

아울러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자원안보협의회를 구성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협의회에는 기재부, 외교부, 산업부, 행안부 등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차관급 공무원이 참여한다.

삼척 수소화합물 혼소 인프라 설비 조감도.(사진=삼성물산)
삼척 수소화합물 혼소 인프라 설비 조감도.(사진=삼성물산)

축적된 경험‧역량으로 공급망 구축
정부가 가스공사를 수소 전담기관으로, 석유공사를 수소화합물(암모니아 등) 전담기관으로 각각 지정한 것은 두 기관의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소 및 수소화합물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례로 지난해 2월 정부는 ‘제3회 에너지 공공기관 수소경제협의회’를 개최하고 2022년 수소경제위원회에서 발표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공공기관별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 각 공공기관의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결집해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 중 가스공사는 기존 LNG 도입·인프라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2029년까지 LNG 인수기지 인근에 연간 10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 인수‧저장설비를 구축해 LNG발전 밀집 지역인 수도권에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활용해 액화수소 인수기지에서 수도권 LNG 발전소로 수소를 공급하는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1단계 사업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당진과 평택을, 2026년부터 2031년까지 평택과 부천을 연결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 평택LNG기지에 수소혼입 시험시설을 구축했다. 해당 시설은 천연가스 공급 환경과 유사하게 구역을 고압, 중압으로 구분하고 수소혼합가스(0~20%)를 순환시켜 다종의 기기류에 대한 수소 영향성 시험을 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올해 2분기까지 쌓인 미수금이 14조3,700억 원에 달해 수소 관련 사업을 축소‧보류하고 있어 액화수소 인수‧저장설비 구축 사업과 천연가스 배관 활용 수소공급 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는 석유 도입‧인프라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암모니아 유통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현행 ‘제4차 석유비축계획’에 따라 2025년 이후 최소한 약 100만 배럴 규모의 프로판 저장 공동 비축시설 잉여분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암모니아의 액화 온도가 ­33.4℃로, ­42℃인 프로판과 유사해 프로판 저장탱크 일부 설비 개조를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암모니아 저장탱크로 전환이 가능하다.

석유공사는 석탄발전소가 밀집된 서해·동해·남해권역별 인수기지 타당성 조사를 2022년 말에 완료했으며 2026년에 완공한다는 목표다. 규모는 2026년 연간 80만 톤, 2030년 400만 톤, 2036년 1,000만 톤으로 확대한다. 특히 수급 비상에 대비해 3개 거점에 암모니아 15일분(총 18만 톤)을 비축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 인수기지 인근에 암모니아 크래킹 설비를 구축해 2027년부터 LNG-수소 혼소 발전을 위한 수소를 공급한다. 수소공급량은 2027년 연간 5만 톤, 2035년 25만 톤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2022년에 발표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방안’에서 에너지 안보를 위한 수소 지원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자원안보법에 수소와 수소화합물을 포함시키고 자원개발업, EPC업, 조선업, 수소수요업 등 밸류체인이 참여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하며, 주요국의 수소 생산‧운송의 경제성, 기술검토 등 지원 프로그램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같이 정부는 에너지 공공기관의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수소 및 수소화합물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원안보법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실행계획이 수립되고 꾸준한 재무적 투자와 인력양성이 함께 추진된다면 튼튼한 국가자원안보를 확립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자원안보법을 오는 2025년 2월 7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자원안보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평택 LNG 생산기지.(사진=한국가스공사)
평택 LNG 생산기지.(사진=한국가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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