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지난 2022년 11월 9일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 전략’을 심의·의결했다. 수전해, 액화수소 운송선, 운송 트레일러, 수소충전소, 연료전지(모빌리티·발전), 수소터빈 등 성장성과 파급효과가 큰 7대 전략 분야의 핵심 기반기술개발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청정수소 생산방식 다양화를 위한 원전수소 생산 실증을 최우선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수소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2023년 28억 원 → 2024년 478억 원), 공모와 평가절차를 통해 음이온 교환막(AEM) 수전해 시스템 개발 등 올 상반기 신규 연구개발 지원과제(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사업) 10개(총 243억 원)를 확정했다.
수소 생산·유통 분야
16일 산업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소 생산·유통 분야에서는 차세대 수전해 기술인 음이온 교환막(AEM) 수전해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다. AEM 수전해 기술은 현재 상용화되어 사용 중인 알칼라인 및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기술 대비 효율이 높고 시스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핵심소재 개발을 통한 시스템 국산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HD현대중공업(총괄 주관), 아크로랩스, 희성촉매, 테크윈, 울산테크노파크, 한국동서발전 등 9개 기관이 뭉쳤다. 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총사업비 204억 원 중 국비 122억 원을 지원받아 재생에너지 연계 1MW급 AEM 수전해 스택 및 상용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AEM 수전해 스택의 핵심소재(전극, 촉매 등)와 BOP를 개발하고, 250kW급 AEM 스택 모듈 4개를 결합한 1MW급 수전해 시스템의 실증을 통해 양산기술을 확보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AEM 수전해의 MW급 상용화 기술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청정수소 생산 기반 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한국수력원자력(주관), 삼성물산,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12개 기관은 총사업비 829억 원 중 국비 290억 원을 지원받아 무탄소 전원 연계 10MW급 저온 수전해 청정수소 생산 플랜트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원전 및 재생에너지 환경을 고려한 수전해 시스템을 설계해 10MW급 수전해 플랜트를 구축하고, 원전 안전성 평가 및 관련 규정 분석 등을 통해 원자력 발전소 전원 활용을 위한 인허가를 취득해 청정수소 생산을 실증하는 게 핵심내용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활용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원자력 발전소 인허가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원전과 수전해 시스템을 연계한 수출 모델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제품에 의존 중인 수소충전소 핵심 기자재(압축기, 냉각기, 충전기)의 국산품 활용을 위해 성능을 개선하고 신뢰도를 확보하는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고등기술연구원(주관), 한국자동차연구원, 범한산업, 코하이젠 등 12개 기관은 총사업비 191억1,000만 원 중 국비 156억4,000만 원을 지원받아 수소충전소 3대 기자재 핵심 부품 8종(압축기-다이아프램·피스톤씰·플라이휠, 냉각기-냉매순환·냉각기 제어시스템, 충전기-충전건·유량밸브·열교환기)의 국산 부품의 내구성을 1.5배 향상하고, 전력소비량 2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운영 중인 충전소에서 실증할 예정이다.
수소 지게차 등 산업·물류용 수소 모빌리티의 사용 확산에 대비해 관련 제품의 평가기술과 안전기준도 개발한다. 범한퓨얼셀(주관), 한국가스안전공사, 하이플럭스, 화승알앤에이, 하이코스 등 7개 기관은 총사업비 75억7,000만 원 중 국비 56억 원을 지원받아 실내충전기(H35급, H70급) 및 고압호스 인증기준 개발을 통해 KGS Code 기준을 제도화하고, 관련 평가장비(트레일러, 모빌리티용)도 개발할 예정이다.
실내 수소충전소 설치 기준 제도화를 통해 다양한 실내용 수소 모빌리티 개발과 사업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 운송 수단인 암모니아의 대용량 운송에 대비해 암모니아 배관(직경 200~350mm)의 안전진단 기술과 안전기준 개발에도 나선다. 유티이씨(주관), 세안기술, 고등기술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6개 기관은 총사업비 57억7,000만 원 중 국비 47억 원을 지원받아 배관의 암모니아 누출 감지 센서(목표속도 : 2sec, 세계 수준 : 5sec), 위험 예측 시스템 구축 및 배관 성능검증을 위한 정밀진단 초음파검사 기술개발을 통해 관련 안전기준을 수립하고 제도화할 계획이다.

동화엔텍(주관), 코하이젠, 코리아씰테크, 에이블맥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6개 기관은 수소충전소용 100kg/h급 아이오닉 피스톤 압축기를 개발한다. 총사업비 69억7,000만 원 중 국비 50억5,0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압축기 핵심 부품(열교환기, 압축기 씰 등) 국산화 및 압축기 고장 예측 프로그램 개발, 실증을 통한 고성능 압축기(에너지 소비 3kWh/kg, 유량 100kg/hr) 트랙레코드 확보 등이 주요 내용이다.
동화엔텍 관계자는 “기존 글로벌 기업이 독점 중인 아이오닉 피스톤 압축기 국산화를 통해 대용량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국내 사용실적을 바탕으로 수출 사업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료전지 분야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민·군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를 개발한다. 수소연료전지는 기존 디젤발전기 대비 소음과 열 발생이 적어 군사작전 환경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아(주관), 현대모비스, 롯데케미칼, 현대자동차, 코미코, 원일티엔아이 등 13개 기관은 총사업비 323억9,000만 원 중 국비 173억 원을 지원받아 전술용 100kW급 이동식 수소발전기를 개발한다. 군대에서 제시한 운용조건(4시간 연속 운용 가능, 전륜 구동(6×6), 운용온도 -32∼42℃, 원격 및 장비 직접제어 가능, 소음 50db 이하 등) 구현이 가능한 100kW급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및 확장식 수소공급장치, 이를 탑재할 수 있는 군 작전환경에 적합한 5톤급 전륜구동형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군에서 요구하는 작전성능에 맞춰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재난지역, 야외 공연현장 등 민간에서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주관), 현대제철, 한양대학교, 한국선급 등 8개 기관은 총사업비 265억 원 중 국비 126억 원을 지원받아 해상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200kW 이상급 선박용 연료전지 파워팩을 개발한다. 파워팩 효율 54% 이상, 출력 200kW 이상, 내구 3만 시간 이상 등의 성능을 확보한 해상용 연료전지 스택을 개발하고 해상환경에서의 실증을 통한 선급인증을 취득하는 게 핵심내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200kW 이상급 선박용 연료전지 파워팩 기술 확보를 통해 다양한 수소 선박 개발과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엘에이티(주관), 한국세라믹기술원, 미코파워, 에프씨엠티 등 6개 기관은 총사업비 45억5,000만 원 중 국비 36억 원을 지원받아 AI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연료전지 셀 및 핵심 부품의 고속 자동검사기술을 개발한다. 특수 광학 장치를 사용해 연료전지 제조공정에서 낮은 수율과 미세 결함을 검사하고 불량 여부를 스스로 판별할 수 있는 AI 검사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다.
불량률 감소에 따른 연료전지 제조원가 인하 등을 통해 연료전지 산업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국제 환경규제로 사용제한이 우려되는 불소계 소재를 대체할 탄화수소계 고분자막 양산기술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코오롱중앙기술원(주관), 화학연구원, 동방에프티엘, 한국과학기술원 등 6개 기관은 총사업비 96억 원 중 국비 72억 원을 지원받아 연료전지 및 수전해용 폭 50cm 이상의 탄화수소계 고분자 강화복합막 양산기술을 개발한다.
코오롱중앙기술원 관계자는 “전량 수입 중인 불소계 고분자막을 대체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탄화수소계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신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부는 수소 분야 하반기 신규 연구개발(R&D) 지원과제(8개 과제 총 234억 원)를 5월 말에 공고하고 평가절차를 거쳐 8월 중에 수행기관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