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생산기지로 인도를 낙점했고, 올해 투자금을 증액하면서 그 일부를 ‘타밀나두 수소 밸리 혁신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한 발 앞서 인도 시장에서 수소 기술 생태계 구축에 나선 이유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HTWO’는 ‘H2’로 읽힌다. 말 그대로 수소다. ‘HTWO Grid 솔루션’은 ‘수소 그리드’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고민을 반영한다. ‘수소연료전지 브랜드’라는 협의가 올해 CES 행사를 통해 ‘수소 그리드 솔루션’이라는 광의의 의미로 대중에 각인된 셈이다.
솔루션(solution)은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운영 시스템 전반의 해결책을 요한다. 이는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을 통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수소연료전지의 활용처는 무궁무진하다. 내연기관의 손길이 닿는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확장성은 수소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다.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을 아우르는 인프라 없이는 연료전지 활용이 불가능하다.
현대로템이 브라질에 HTWO 연료전지를 장착한 수소트램을 수출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위해서는 수소생산시설, 수소충전소가 패키지로 묶여서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 대한 명확한 솔루션 없이 수소트램 카탈로그만 내밀어서는 곤란하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수소생산기지와 붙여서 갈 수 있다. 천연가스 개질 방식이라면 현대로템의 수소추출기(HY-Green)가 붙게 된다. 도심 외곽의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럴 땐 현대건설의 ‘폐자원 수소생산 패키지’가 붙는다. 또 폐플라스틱으로 수소를 얻는 가스화 기술이 필요할 땐 현대엔지니어링이 나서게 된다.
니콜라의 수소 전문 브랜드 HYLA
미국의 전기‧수소트럭 제조회사인 니콜라는 지난해 초 모빌리티용 수소 생산‧유통 전문 브랜드인 ‘HYLA(하일라)’를 공식 출범했다. HYLA의 사업 방향도 현대차의 ‘수소 그리드 솔루션’과 거의 일치한다.
니콜라는 미국에서 여러 파트너와 수행하고 있는 5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모빌리티용 수소 생산‧유통 액세스를 개발해 하루 최대 300톤의 수소를 생산해서 유통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우려가 되는 점은 니콜라의 체급으로 버티기에는 시장의 규모가 너무 크고,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소 기술의 난이도가 보기보다 높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나라 안팎에서 벌인 실증사업을 통해 수소활용 시장의 한계와 가능성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분산전원 관점에서 ‘수소 그리드’를 함께 제공하지 않으면 수소전기차(수소연료전지) 보급이 요원하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
인도 타밀나두에 들어서는 ‘수소 밸리’
승용 부문의 시장 주도권은 전기차에 있다. 현대차는 중국의 대안으로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생산기지로 인도를 낙점하고 지난해 5월 약 3조2,0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또 최근 발표를 통해 투자금을 1조 원 가까이 늘렸다.
투자 증액분 618억 루피(약 9,800억 원) 가운데 600억 루피(약 9,500억 원)는 인도 전기차 충전소 구축 등에 투입된다. 주목할 것은 나머지 18억 루피(약 285억 원)의 용처다. 이 돈은 인도공과대학(IIT) 마드라스와 함께 추진하는 ‘수소 밸리 혁신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투입된다.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가 중국 광저우에 이어 현대차의 두 번째 해외 수소 거점이 될 확률이 높다.

김운수 현대차 인도법인장은 이를 두고 “인도 수소 생태계 기반을 다지기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단순 투자를 넘어 친환경 미래를 향한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반영해 강력한 수소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는 수소 생태계의 일부다. 수소산업은 에너지, 모빌리티 부문을 두루 아우르며 함께 성장해간다. 정부의 정책 지원, 기업과 대학, 지방 정부의 참여 없이는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HTWO Grid 솔루션’은 그 해법을 찾아가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담고 있다. 수소 그리드에 대한 고민, 즉 수소사회 전환을 염두에 두지 않은 모빌리티 사업은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높다.
[이전 기사] ‘에이치투 그리드’로 보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수소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