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못에 돌을 던지면 잔잔한 물결이 원을 그리며 퍼져나간다. 이처럼 빛이 금속 입자를 만나면 입자 표면에 작은 물결이 생기는데, 이를 플라즈모닉(plasmonic) 현상이라고 한다.
이 물결은 금속 입자를 활성화하고 화학 반응을 미세하게 제어할 수 있다. ‘빛의 마법’ 같은 이 현상으로 금속 촉매 효율과 선택성을 동시에 높인 연구가 발표됐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이인수 교수, 아밋 쿠마르(Amit Kumar) 연구교수, 박사과정생 아눕합 아차르야(Anubhab Acharya)로 이뤄진 연구팀은 빛을 활용해 다공성 유기층을 금속 촉매에 증착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는 성과를 올렸다.
금속 촉매는 화합물 합성과 수소 생산, 연료전지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촉매 표면에는 화학 반응이 잘 일어나는 활성 부위가 있는데, 반응 중 생성된 중간체나 부산물이 의도치 않게 이를 막을 때가 많다. 이에 따라 반응에 참여하는 분자의 흡·탈착 조절이 어려워지면서 촉매 활성과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빛’을 이용한 전략을 세웠다. 금속의 전자와 빛의 상호작용인 플라즈모닉 현상을 이용하면 전자 활성도를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먼저 플라즈모닉 특성을 가진 금(Au) 나노 입자 표면의 전자를 빛으로 활성화했다. 이어서 수 나노미터(nm) 두께를 지니는 팔라듐(Pd) 촉매 박막과 다공성 유기층(이하 pCOL, porous Covalent Organic OverLayer) 박막을 연속적으로 표면에 증착했다.

pCOL의 다공성 구조는 촉매 표면에 불순물이 흡착되는 것을 막고, 반응에 필요한 분자들이 쉽게 흡·탈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연구팀은 pCOL이 증착된 금속 촉매로 반응 효율과 선택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또 반복 사용 후에도 우수한 성능이 유지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촉매를 활용해 삼중결합이 있는 알킨(alkyne)에 수소를 첨가하는 기존 수소화(hydrogenation) 공정의 한계도 극복했다. 기존에는 반응 선택성을 제어하기 어려워 알킨이 수소와 과도하게 결합했지만, pCOL이 증착된 촉매로 알킨과 결합하는 수소의 양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인수 교수는 “촉매의 효율과 반응 선택성은 서로 상충하는 특성인데, 이번 연구를 통해 이 둘을 동시에 향상시켰다”라며, “금속과 유기물이 결합된 첨단 하이브리드 나노 촉매가 미세 화학 합성과 광촉매, 에너지 저장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