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창현 아이에스티이 대표.

[토토 사이트 이종수 기자] “수소생산과 수소 활용 분야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수전해 시스템 구축 분야에 집중해 국내외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건설에 참여하고, 청록수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 수소생산 등도 사업화할 계획입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수소생산 플랜트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지자체별로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수소 활용 분야에서는 압축 수소가스 충전소뿐만 아니라 국내 수소액화플랜트의 완공에 따라 액체수소충전소 시공 분야 전문인력을 확보해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에도 참여할 겁니다.”

반도체 장비 제조 전문기업 아이에스티이의 조창현 대표는 수소사업 방향을 이같이 밝혔다. 

조 대표는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메인공정 등에서 일하다가 반도체의 주요장비들이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보고 국산화와 품질개선을 위해 지난 2013년 회사를 설립했다. 올해 창립 10주년(9월 1일)을 맞이했다. 

조 대표는 “초창기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있었지만 꾸준한 연구 개발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를 인정받아 지난 7월에 SK하이닉스로부터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됐다”라며 “‘기술혁신기업’은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할 수 있는 역량 있고 잠재력 높은 협력사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으로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으로서 자부심이 크고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 아이에스티이 본사 전경.

아이에스티이는 주요 생산품인 FOUP크리너, PECVD 등의 반도체 장비를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실트론 등 국내 유수의 반도체 제조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중국, 대만, 프랑스에 장비를 수출해 지난 2021년 ‘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수소에너지 사업 본격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탄소 줄이기에 나서면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당사의 주요고객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도 RE100을 선언하는 등 이제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그린수소를 통한 수소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기업의 가치가 되었습니다. 이런 글로벌 경제 흐름에 따라 소부장 전문기업으로서 우수한 설계·제조 전문엔지니어 기술을 보유한 당사는 미래사업 분야인 수소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아이에스티이는 지난 2020년 수소에너지사업부를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수소에너지 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수소충전소 및 수전해 시스템 EPC 사업을 시작해 올해 11월까지 총 10개소의 수소충전소를 수주해 건설하고, 전북대에 연구용으로 수전해 시스템을 공급한 바 있다. 

▲ 아이에스티이가 건설한 전주 색장 수소충전소.

기존의 수소충전소 EPC 기업과의 차별화를 위해 심플하면서도 효율적인 시스템 설계에 중점을 두었고, 특히 운전의 안정성을 설계에 반영하는 데 노력했다. 그 결과 다른 기업보다 늦게 수소충전소 EPC 사업에 진출했지만 전주, 울산 등 지자체의 입찰에 참가해 높은 기술점수를 받는 등 소기의 성과를 얻기도 했다.

“저는 당사 혼자만으로 수소사업을 만들어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련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통해 상호 기술보완과 협력을 통해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수소 냉동시스템 전문기업 삼정이엔씨, 액화수소 분야의 하이리움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주기적으로 기술교류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시스템 설계와 시공 분야에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조창현 아이에스티이 대표(왼쪽 2번째)는 지난 2022년 6월 29일 하이리움산업, 삼정이엔씨와 수소 충전(가스·액화) 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수소충전소 분야는 압축 수소가스 충전소뿐만 아니라 액체수소충전소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게 조 대표의 전망이다. 아이에스티이 엔지니어들이 시스템 설계와 단열진공배관 기술도 연구 개발하고 있는 이유다. 압축 수소가스충전소 건설의 경험을 바탕으로 액체수소충전소 건설에도 참여해 국내외 수소충전소 건설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수소생산 분야에 관심을 갖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화재에 안전한 대용량 장주기용 에너지저장장치인 VRFB(Vanadium Redox Flow Battery) 개발에 나서게 됐습니다.”

아이에스티이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국책과제 중 ‘고안전성 중대형 이차전지용 핵심소재·부품 기술개발’에 선정되어 고효율의 VRFB 스택을 개발하게 됐다.   

현재 효율 81%의 VRFB 스택 개발이 완료되었고, 이와 관련된 특허도 1건을 등록하고, 4건은 출원을 진행 중이다.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스택의 규모 확대(Scale up)를 진행 중이고, 제조 원가 등의 절감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아이에스티이가 개발한 건물용 연료전지 개질기.

“당사의 강점은 오랫동안 정밀한 반도체 장비를 제작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설계와 장비 제작에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기반으로 건물용 연료전지용 개질기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22년 연료전지용 개질기 개발에 성공한 아이에스티이는 그 제조기술을 인정받아 국내 연료전지시스템 제조기업에 연간 계약을 맺고 공급하고 있다. 연료전지용 개질기는 고온의 촉매 발열반응이 발생해 숙련된 제조기술이 필요한 작업이고, 회사의 현장 엔지니어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향후 연료전지용 개질기 성능과 효율이 개선된 제품을 생산해 지속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린수소 생산·활용 분야 집중

조 대표는 글로벌 수소경제 흐름에 맞게 그린수소 생산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전문인력 채용과 기술도입 등에 많은 투자를 진행 중이다. 독자적인 수전해 시스템 개발과 함께 해외 유수 기업들과 MOU를 체결하고 국내외 수소생산기지 건설에 공동 대응해 나가고 있다.

알칼라인 타입의 수전해 시스템은 벨기에의 존 코커릴(John Cockerill), PEM 타입은 이탈리아의 IMI사와 각각 MOU를 맺고 기술협력과 국내외 시장대응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 아이에스티이가 기술협력 중인 벨기에 존 코커릴의 알칼라인 수전해 스택.

존 코커릴의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은 이미 전북대에 테스트베드용으로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IMI사의 PEM 수전해 또한 1MW를 수주해 내년에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수전해 분야에서 선진 기술을 보유한 이 두 회사로부터 시스템 운영과 유지보수 관련 정보와 기술을 이전받고 향후 국내에서 수전해 시스템을 조립해 공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주관하는 ‘2023년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 중부발전, 현대엔지니어링, 테크로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어 보령에 수소생산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기술인 수전해 시스템 EPC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의 자원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20년 기준 0.1%에서 2030년까지 10%로 높여 순환경제 및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선도할 계획임을 밝혔다.

조 대표가 폐플라스틱 열분해 수소생산 플랜트 건설사업을 추진하려는 배경이다. 아이에스티이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공고한 소재·부품기술개발 사업 중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활용한 수소생산기술’ 개발 과제에 최종 선정되었다. 

지난 2022년 8월부터 시작한 이번 국책과제는 2024년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시 발생하는 합성가스를 분리·정제 후 WGS(Water Gas Shift, 수성가스 전이반응)를 통해 순도 99.99% 이상의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이다. 2차 년도인 올해 공정설계를 완료하고 파일럿 시스템까지 구축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번 국책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향후 폐플라스틱 열분해 플랜트 건설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며 “폐플라스틱의 환경적인 측면에서 지자체들이 열분해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인데, 이런 사업에 당사가 참여해 국가적인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친환경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조창현 아이에스티이 대표(오른쪽)는 지난 7월 20일 LEVIDIAN사와 청록수소·그래핀 생산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아이에스티이는 영국의 LEVIDIAN사와 공동으로 청록수소와 그래핀을 생산하는 기술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LEVIDIAN사는 영국 캠브리지에 본사와 R&D센터를 두고 천연가스나 바이오가스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청록수소와 그래핀을 생산하는 기술개발과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Microwave Plasma)를 활용해 천연가스나 바이오가스를 고온의 반응기에 공급한 후 열분해하여 청록수소를 만들고, CO2를 기체상태가 아닌 고체상태로 분리해 그래핀을 생산하는 특허를 가지고 있다.

조 대표는 “수소생산 방식 중 메탄 개질을 통해 생산되는 그레이수소가 있지만 이 과정에서 CO2 생산이 문제가 되고, 생산된 CO2를 포집·저장하는 방식의 블루수소는 CO2 저장이나 활용에 비용이 투입된다는 단점이 있다”라며 “청록수소는 탄소성분을 고체상태로 분리해 꿈의 소재라 불리는 그래핀까지 생산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핀은 전기전도성, 열전도성, 강도, 전자이동성이 뛰어나 2차전지용 음극재의 도전재나 그래핀 탄소섬유, 건축자재용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아이에스티이는 LEVIDIAN사와 함께 생산하는 그래핀을 2차전지용 실리콘 음극재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 조창현 아이에스티이 대표.

아이에스티이는 올해 4월 그간의 수소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로터 ‘수소전문기업’으로 선정됐다. 

조 대표는 “그린수소 생산과 활용 분야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노력할 것”이라며 “벌써 중국과 인도, 동유럽의 여러 기업들로부터 사업 제안이 들어오고 있는데, 국내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꼭 성과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수소전문기업 제도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수소전문기업으로 지정되면 수소융합얼라이언스를 통해 홍보, 기술경영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는데, 수소전문기업이 정부의 수소 관련 사업에 참여할 때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도입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아이에스티이는 오는 2024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향후 5년 내 반도체 장비와 수소에너지 분야를 아울러 5,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국가의 기간산업인 반도체 공정의 핵심 설비를 직접 설계·생산해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 기업에도 공급하며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과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가지고 회사를 성장시켜왔습니다. 이와 함께 지구의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친환경 에너지사업인 수소사업을 통해 미약하나마 국가와 세계의 경제와 환경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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