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가 새해를 맞아 ‘2025년 수소시장 전망’을 주제로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토토 사이트 칼럼 필진을 대상으로 5개의 공통 질문을 보내고 답변서를 받아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①수소정책, ②수소전기차·충전인프라, ③수소생산·수소활용 부문으로 나눠 3편에 걸쳐 연재한다. 이번 특집기사는 각 질문에 대한 필진 개개인의 의견을 담고 있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한 해 동안 국내 수소산업이 어떻게 변해갈지, 또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04. 수소생산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수전해 기술개발에 도전하는 대기업이 크게 늘었다. 삼성물산은 알칼라인 수전해, 포스코홀딩스는 SOEC 고온수전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솔루션은 음이온교환막(AEM) 수전해를 개발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태양광, 풍력뿐 아니라 양수발전과 연계한 수전해 사업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청정암모니아 수입을 기반으로 한 암모니아 크래킹도 청정수소 공급의 한 형태로 주목받고 있고, 메탄올 선박 발주를 계기로 바이오매스(가스)나 그린수소를 활용한 청정메탄올 생산에 도전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또 울산에서는 원전과 연계한 청정수소 생산 실증사업이 올해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추진된다. 10MW급 저온수전해 설비를 통해 하루 4톤 이상의 청정수소 생산에 도전한다. 올해는 제주 행원리에 이어 안산 대부도에서도 풍력과 연계한 수전해 수소가 생산된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경우를 가정해보면, 수소정책과 관련해 가장 큰 격변이 예상되는 부문은 수소생산이다. 이미 2025년도 예산안 감액을 통해 야당은 에너지원에 대한 확실한 선호관계를 분명히 했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대해서는 불호,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선호 기조를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 기반 핑크수소나 천연가스 기반 블루수소에 대한 정책 지원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 대신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를 중심으로 한 지원체계를 갖춰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청정수소인증제 등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설 공산이 크다.

물론 이는 가정에 기반한 전망으로 향후 정국 상황이 달라질 경우 반드시 이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현시점에서는 이 같은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위원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하락하고, 수전해 설비 등의 가동효율이 높아지면서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상대적으로 가스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가스 가격 변동에 따라 그레이·블루 수소의 생산 가격이 높아질 수 있어 그린수소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 있다.

한편 그린수소 생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가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의 핵심 수출국이 되려 할 것이고, 이 경우 그린암모니아나 e-메탄올 형태의 운송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린암모니아 등을 크래킹해서 청정수소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크래킹 비용 절감을 위해 암모니아·메탄올을 직접 활용하는 연료전지 기술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기술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안치훈 현대건설 책임연구원

국내 수소조달을 위한 에너지원이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 바이오매스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에너지 저장수단인 수소가 그 역할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재생에너지 같은 청정에너지가 우선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 또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회의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전력원 개편으로 현재 수전해를 통한 수소생산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전기가격이 차츰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수소생산은 경제성 논리도 있으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민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에너지 정책에서 분산전력화 등 글로벌 동향에 맞춰 과감히 채택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술의 발전,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민관연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해외 교류를 확대하고 국내 기술과 사업실적을 널리 알려야 한다. 또 해외 수소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승훈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국내는 청정수소 생산 시 생산단가가 매우 높은 편이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위해 최소 생산량을 결정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할지(원거리 해상풍력 등), 그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청정수소 발전에 대한 보조금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청정수소 모빌리티 활용에 대한 지원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또 유럽의 청정수소 경매제도 같은 것을 국내에 시범적으로 도입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준석 미래산업정책발전회 전문위원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해야 하지만, 수전해 방식은 기본적으로 전기가 많이 든다. 그러나 국내에서 신재생(풍력, 태양광, 양수)을 통한 수소생산은 단가가 비싸고 생산량도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석유회사가 CCS 등을 통해 생산하는 블루수소를 수입해 사용하고, 자체적으로 그린수소 생산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화석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자체 수소에너지 개발에 나서야 한다. 원전을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의 경우 핵연료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면서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

청정수소 양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금껏 수소전기차에 공급할 수소 확보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국내 기간산업인 제철, 석유화학 등에 큰 영향을 미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울산은 대형선박의 추진 연료, 석유화학산업의 그레이수소 대체용으로 대량의 청정수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잘 갖추어진 항만시설을 활용해 청정수소 공급기지 역할을 하고자 한다. 해외에서 들여온 청정암모니아의 크래킹 시설, 여기서 나온 수소를 공급하는 공동출하시설 등을 갖춘 ‘청정수소 생산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을 활용한 소규모 그린수소 생산실증 시 충전소와의 연계,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한 분산형 수소생산시설 구축 등을 고민하고 있다.

 

05. 수소활용

수소연료전지, 수소터빈, 수소엔진 등이 수소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에 든다. 아직은 경제성 때문에 수소전소보다는 도시가스를 개질해서 수소를 활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제4호 프로젝트로 7,716억 원을 들여 경주 강동일반산단에 국내 최대 규모(107.9MW급)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짓게 된다. 또 미코파워는 150kW급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평택에 100MW 규모의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에서 5번째로 개발한 발전용 가스터빈을 기반으로 수소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또 한화임팩트와 함께 서부발전이 주도하는 150MW급 가스터빈을 활용한 50% 수소혼소 핵심기술 실증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권효재 코르에너지 컨설팅 대표이사

에너지 시스템에서 수소의 가치는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의 역할, 즉 출력조절이 용이한 무탄소 발전기의 역할에 있다. 이차전지의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BESS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에너지 저장 밀도나 저장 시간 측면에서 이차전지와 수소는 서로의 역할이 다르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모두 출력조절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직성 전원인데, 이 둘의 발전량 비중이 절반 이상이 되면 단주기(수시간), 중주기(수일), 장주기(수주~수개월) 에너지저장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소는 단주기에서는 배터리(BESS)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나 장주기에서는 경쟁력이 뛰어나다.

수소터빈은 기존 가스발전소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해 무탄소 발전기를 확충하는 필수 기술이며, 암모니아 발전기술 역시 기존 석탄발전소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비록 아직은 수소의 생산, 유통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 확보 문제로 원가가 비싸지만, 국가 에너지 정책 측면에서나 글로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볼 때 수소터빈과 암모니아 발전기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다. 

수소혼소를 넘어 전소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암모니아 직접연소 터빈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와 관심도 필요하다.

김형준 삼성증권 이사

수소터빈, 수소전소 발전의 중요성을 RE100 차원에서 강조하고 싶다. 글로벌 RE100을 선언한 기업들이 국내에서 이행의무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수소전소터빈이 장기적으로 대안이 될 것이다.

국내에 부족한 신재생에너지 공급 수준을 감안하고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고려했을 때 그린수소를 통한 수소전소 발전이 대량의 청정발전을 가능하게 해 RE100 이행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용량의 수소전소터빈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수소터빈이 상업화되기까지 계통 인프라를 보완하는 등 준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위원

2024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노후 전력 인프라의 개선, 신규 전력 인프라의 확보였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전기 먹는 하마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기가 부족하면 전기를 더 생산하면 된다. 그것이 화석연료가 됐든 신재생에너지가 됐든 원전이 됐든, 전기를 더 생산해 공급하면 결국 수요를 맞출 수 있다. 이제 수요에 맞춰 전기를 공급하는 ‘관리’의 영역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생성형 AI의 확대,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은 전기수요를 더 부채질한다. 결국 ‘에너지 관리’의 중요성이 해가 갈수록 더 커진다는 점을 의미하고 잉여에너지의 저장, 운송 관점에서 수소에너지의 중요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소활용, 애플리케이션 부문에 분명한 강점이 있고, 특히 연료전지 활용 부문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하지만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수소연료전지나 수소혼소터빈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상호 대체 역할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쟁하기보다는 그 이점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실증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둘째, 수소연료전지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처럼 수소연료전지 활용 경험치나 노하우가 축적된 곳이 많지 않다. 이런 경험치, 미리 축적한 노하우를 살려 글로벌 수소산업을 선도해가야 한다. 주춤거리며 망설이는 사이 경쟁자의 추격을 허용하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백동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공급은 2024년 10월 말 기준 1,080MW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청정수소 발전시장 외에는 현실적으로 마땅한 지원책이 없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활성화를 위한 보급 확대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수소생산시설과 수소공급 배관망 구축을 지원하는 수소특화단지, 수소도시 사업도 연료전지 사업 확대에 도움이 되지만, 별도의 연료비 지원 없이는 설치 후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개발 속도가 두드러지게 빨라지고 있는 수소엔진은 메가와트(MW)급 이상의 발전용 시장 확보가 예상되므로 향후 발전용 연료전지와 효율, 열에너지, 가격 면에서 경쟁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수소엔진 개발과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어 수소엔진의 발전용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안치훈 현대건설 책임연구원

수소 보급이 확대되면 이퓨얼(e-fuel) 같은 수소화합물은 청정수소의 주요 활용처가 될 수 있다. 기존 화석연료와 화학적으로 동일하고 기존 인프라와 유통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만 이퓨얼의 생산비용이 기존 화석연료보다 몇 배는 비싸 파일럿 실증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수소생산 분야가 에너지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수소활용 부문을 차세대 수출품목으로 삼아 전략적인 기술 육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 

국내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전력시스템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석탄, 천연가스 발전을 대체하기 위한 수소 기반 연료의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소 기자재, 설비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여기에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이준석 미래산업정책발전회 전문위원

수소연료전지는 소음과 진동, 크기가 작아 기존 발전소보다 작은 규모로 도심에 건설할 수 있다. 건설 기간도 짧고 급격한 전력수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또 신재생 등 발전으로 유효전력이 있을 경우 이를 수소로 저장했다 사용할 수 있고, 수소차나 수소선박 등 모빌리티뿐 아니라 주택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료전지의 수요처는 그만큼 다양하다.

가스발전소용 수소터빈은 혼소, 전소 발전형으로 개발 중으로 현재 두산이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되며 혼소터빈은 2025년 개발, 전소터빈은 2027년 개발 예정이다. 

또 수소엔진은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고가의 연료전지시스템 비용을 낮출 수 있고, 기존 연료공급시스템과 엔진을 구성하는 주요 부품을 수소의 강력한 폭발력에 견딜 수 있는 재질로 변경하면 적은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수소엔진은 발전소, 선박 분야에서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자동차 부문은 HD현대인프라코어가 시내버스, 대형트럭 등 상용차에 수소엔진을 탑재해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수소엔진을 적용해 버스, 트럭 등 수소모빌리티 가격을 낮추면 수소경제 전환 속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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