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기계의 날’ 행사가 열렸다. 수소의 날처럼 법정기념일은 아니지만, 해마다 11월에 기념식을 열고 ‘대한민국 올해의 10대 기계기술’을 선정해 시상한다.
지난 13일에 열린 올해 기념식에서 HD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힘센(HiMSEN) 메탄올엔진, 두산에너빌리티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이 ‘올해의 10대 기계기술’에 이름을 올렸다.
힘센 메탄올엔진은 HD현대중공업이 2022년 9월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중속 메탄올 이중연료(Dual Fuel) 엔진으로 3~4.5메가와트(MW)에 이르는 출력을 낸다. 선박의 발전용이나 추진용으로 쓸 수 있고, 육상 발전에도 활용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했다. 2022년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김포열병합발전소에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국산 가스터빈을 처음 설치했고 2023년 7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실증에 해당하는 8,000시간 가동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수주를 늘려가고 있다. 2023년 6월 한국중부발전의 보령신복합발전소, 2024년 1월 한국남부발전의 안동복합발전소 2호기, 올해 7월 한국중부발전의 함안복합발전소에 380MW급 가스터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수소 수요 기대
HD현대중공업의 선박용 메탄올엔진, 두산에너빌리티의 발전용 가스터빈은 수소와 관련이 있다.
덴마크의 머스크, 대만의 에버그린 등 글로벌 해운사가 메탄올 선박 발주를 늘리면서 메탄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특히 청정메탄올에 해당하는 바이오메탄올과 e메탄올의 수요가 늘고 있다. e메탄올의 경우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서 만든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발전하는 가스터빈은 석탄 대비 45% 정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다. 탄소배출을 더 낮추기 위해 수소를 섞어 태우는 수소터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천연가스와 수소는 연소 특성이 다르지만,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수소터빈을 개발하게 된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부품 수만 4만여 개에 달한다. 250MW가 넘는 H급 가스터빈은 터빈의 입구 온도만 1,700℃에 이른다. 고온‧고압의 환경을 견디는 특별한 금속 소재, 코팅 기술이 필요해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신규 가스터빈 공급을 기반으로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가스터빈 사업은 장기유지보수 계약을 통해 제품 판매 후에도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이 담보되는 ‘리커링(Recurring) 비즈니스’에 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중소 협력사와 손을 잡고 연간 1조 원 이상으로 전망되는 7F(150MW급)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 진출에 도전한다. 지난 11월 13일 가스터빈 유지관리 분야 전문기업인 한전KPS와 ‘가스터빈 기술 협력 강화 및 사업 확대를 위한 협력 협약’을 맺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AI 시대를 맞아 미국에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스터빈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셰일가스와 석유 생산을 늘리려는 트럼프 당선자의 에너지 정책도 이와 잘 맞아떨어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휴스턴에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 자회사 DTS(Doosan Turbomachinery Services)를 통해 해외 서비스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