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렌 유니페트롤이 체코 리트비노프(Litvínov)에 투입한 수소충전소와 수소버스.(사진=Orlen Unipetrol)
오를렌 유니페트롤이 체코 리트비노프(Litvínov)에 투입한 수소충전소와 수소버스.(사진=Orlen Unipetrol)

지난 7월 17일 체코 정부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MW급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짓는 것으로, 총 예상 사업비는 약 24조 원에 달한다. 향후 체코 정부와 발주사의 결정에 따라 테믈린 지역에 신규 대형원전 2기를 추가로 지을 수도 있다.

체코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국가 에너지 및 기후 정책’에 따라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체코는 2033년까지 석탄갈탄 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2050년까지 석유천연가스 사용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체코가 원전과 함께 대체에너지원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수소’다. 이를 증명하듯 체코에선 생산, 운송, 활용, 모빌리티 등 수소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여러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체코는 한국과 수소분야 협력을 꾀하고 있다.

메르베르트 체코 산업부 수소특사는 지난 3월 무역관 면담에서 “한국은 수소분야 핵심 파트너로 기존 수소차, 연료전지 협력이 다른 분야로 확산되길 바란다”며 “양국의 첨단산업 협력이 체코 제조업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체코 수소 현황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가 지난 8월 21일에 발간한 ‘체코 수소산업 동향과 진출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체코는 현재 총 8개의 수소생산설비에서 연간 1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90%가 그레이수소다.

체코 최대 수소생산기업은 정유화학회사인 ‘오를렌 유니페트롤(Orlen Unipetrol)’로, 오일 잔류물의 부분 산화 등을 통해 연간 8만~9만 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체코의 화학업체인 스폴케미(Spolchemie)는 원전으로 염소를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연간 2,100톤의 저탄소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개발기업인 솔라 글로벌(Solar Global)은 지난해 10월부터 체코 남서부에 있는 나파예들라(Napajedla)에서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를 활용해 연간 8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체코 최초의 상업용 그린수소 생산시설이다.

생산된 수소는 주로 암모니아 및 아닐린 생산, 내부 화학 공정, 보조 열원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경우 수소차 보급이 초기 단계여서 소비량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는 지난 2021년에 수소승용차 판매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까지 등록된 수소승용차는 28대(넥쏘 5대, 미라이 23대)에 불과하다. 수소버스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프라하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여러 지자체에서 다수의 수소버스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보급된 수소차가 적다보니 구축된 수소충전소도 적다. 현재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6개이며 이 중 3개는 연구용으로 구축됐다.

지난 2022년 6월에 개소한 체코 최초 공공 수소충전소.(사진=VÍTKOVICE)
지난 2022년 6월에 개소한 체코 최초 공공 수소충전소.(사진=VÍTKOVICE)

저탄소 수소 생산활용 확대
체코 정부는 지난 2021년 7월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유럽연합(EU)이 2020년 7월에 제시한 ‘기후중립 유럽을 위한 수소전략’을 반영해 작성됐다.

체코 국가수소전략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원자력, 천연가스, 폐유기물을 통한 저탄소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간 국가수소생산량을 2035년 28만4,000톤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다만 내륙국가인 체코의 지리적 특성상 저탄소 수소를 생산하는 데 제약이 많다. 체코 정부는 연간 저탄소 수소 소비량이 2050년 173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 수전해로 같은 소비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95TWh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 체코 연간 원자력 발전량의 약 3.2배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EU집행위원회가 지난해 산업 분야와 운송 분야에 구속력 있는 그린수소 비중 목표를 제시하는 재생에너지 지침 개정안을 채택했다. 이는 2030년까지 산업 분야가 소비하는 수소 중 그린수소 비중을 42%까지 확대하고 운송 분야 전체 소비 에너지의 1%를 재생수소로 공급하는 것이다. 

체코 정부는 EU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산업 분야에서 2만~4만 톤의 재생수소 소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 2030년까지 최소 400MWe의 수전해 용량을 구축해 수요를 맞춘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수소운송을 위해 2025~2026년 기존 가스전송 인프라의 용도 변경을 포함하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유럽 수소 파이프라인 이니셔티브에 체코기업인 Net4Gas의 참여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월 에너지법을 개정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통 가능한 가스에 수소를 포함시켰다.

아울러 수소 무역 사절단, 기술 수출, 수소 생산국과 양자협정 등을 추진해 2030년부터 체코의 수소 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비용 경쟁력이 있는 수소 생산을 위해 신기술 및 R&D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으로 코트라는 예상했다.

이와 함께 대체연료 상용화 및 친환경차 확대에 중점을 둔 ‘친환경 모빌리티 국가계획’을 2015년에 수립했으며 2020년에 갱신했다. 

체코 정부는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수소승용차를 최대 5만 대, 수소버스를 최대 870대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2025년까지 최대 15개, 2030년까지 최대 80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약 60억 코루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월 EU는 탄소감축입법안인 ‘Fit for 55’ 일환으로 대체연료 인프라 규정 승인, 수소충전소를 포함한 대체연료 충전소 확대를 위한 목표를 제시했다. 

체코 정부는 이를 반영해 ‘친환경 모빌리티 국가계획’을 수정하고 있으며 올해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코트라는 기존 목표가 현재 개발상황을 고려하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아 목표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충분한 자금 확보
체코 정부는 EU 현대화기금 등을 통해 수소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EU 현대화기금은 기후변화 대응책이자 경제성장 전략인 ‘유럽 그린딜(The European Green Deal)’을 달성하기 위해 저소득 회원국의 에너지 시스템 현대화와 에너지 효율성 개선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기금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EU ETS(탄소배출거래제도)에 따른 배출권 경매 수익으로 조달된다. 

수혜국은 체코, 불가리아, 그리스, 크로아티아, 폴란드, 포르투갈 등 총 13개국이다. 이들은 △수소 등 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해 에너지 생산 및 사용 △산업, 운송, 건물, 농업, 폐기물을 포함한 에너지 효율을 통해 전반적인 에너지 사용량 감소 △에너지 저장 및 네트워크의 현대화 등 6개 분야에 기금을 활용한다.

EU 현대화기금의 15.6%를 할당받은 체코는 EU ETS 지침 개정과 ETS 산업 발전으로 2030년까지 당초 예상한 1,540억 코루나(약 9조 원)보다 약 3배 많은 5,000억 코루나(약 30조 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까지 현대화기금을 통해 받은 금액은 총 2,670억 코루나(약 16조 원)다.

체코 정부는 지원 분야를 확대하고 할당액을 개정해 2024년 이후 진행될 재생에너지 개발, 난방설비 개선, 교통부문 저탄소화 등 총 10개의 현대화기금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수소 분야는 △그린수소, RFNBO, 바이오메탄의 국내외 운송과 유통저장 인프라, 재생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개발 등을 지원하는 ‘GREENGAS’ △공공기관의 대체연료 차량 및 공공 인프라 구매를 지원하는 ‘TRANSGov’ △기업의 대체연료 차량 및 인프라 구매를 지원하는 ‘TRANSCom’이 대표적이다.

체코의 재생에너지 개발기업인 솔라 글로벌(Solar Global)이 제작한 PEM 수전해 장비.(사진=Solar Global)
체코의 재생에너지 개발기업인 솔라 글로벌(Solar Global)이 제작한 PEM 수전해 장비.(사진=Solar Global)

또 체코는 2021~2027년 EU 구조개선투자기금으로 211억 유로(약 31조 원)를 배정받아 디지털 지원, 친환경저탄소 전환 등을 목표로 총 9개의 운영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중 수소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운송과 지역통합으로, 각각 49억 유로(약 7조3,000억 원)와 48억 유로(약 7조1,000억 원)를 배정했다.

운송 프로그램은 6억 코루나(약 356억 원)를 투입해 체코 내 주요 유럽 횡단 교통망과 주요 도시 허브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역통합 프로그램은 수소버스를 포함한 저무공해 대중교통 구매에 38억 코루나(약 2,252억 원), 수소충전소를 포함한 대중교통 충전소 인프라 지원에 9억 코루나(약 533억 원)를 지원하는 것이다.

아울러 체코 정부와 EU는 역내 그린수소 생산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EU는 유럽 배출권 거래 수익으로 마련되는 혁신기금을 통해 그린수소 생산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유럽수소은행을 개설하고 지난 5월 첫 번째 경매를 진행, 총 7개의 그린수소 사업이 낙찰을 받았다. 이들에게 지급될 총 보조금 규모는 7억2,000만 유로다. 

EU는 향후 보조금 규모를 22억 유로(약 3조2,636억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경매에 입찰했으나 지원 대상에 선정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해 회원국이 국가 차원의 보조금을 별도의 경매 없이 지급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됐다.

여기에 EU 민관협력 프로그램인 ‘클린수소 파트너십’을 통해 2027년까지 1조 유로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자금은 △수전해 설치 △수소버스 구매 △원자재 사용 감축 △수소기술 혁신 및 R&D 등에 지원된다.

체코 정부는 △그린수소 생산 △교통인프라 친환경화 △바이오메탄 생산 등을 지원하는 150억 코루나(약 9,000억 원) 규모의 그린가스 프로그램 환경 펀드를 조성했다. 

수소경제 육성 박차
현재 체코에서는 여러 수소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먼저 체코 최대 수소생산기업인 오를렌 유니페트롤(Unipetrol)은 체코 수도 프라하 북서부에 있는 리트비노프에 30억 코루나(약 1,780억 원)를 투입해 연간 4,500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엔 52MW급 태양광 발전소와 26MW급 수전해 시스템이 설치되며 올해 말에 착공해 2028년부터 가동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오를렌 유니페트롤은 2030년까지 체코에 28개의 수소충전소와 2개의 수소유통터미널을 구축해 중부유럽에서 10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와 10개의 수소유통터미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체코 에너지 개발업체인 Sev.en Energy는 프라하 북동부에 있는 모스테크(Mostek)에 7억 코루나(약 415억 원) 이상을 투입해 연간 최대 2,900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엔 120MW급 태양광 발전소와 17.5MW급 수전해 시스템이 설치되며 오는 2027년부터 가동한다는 목표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2030년까지 40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체코 교통부는 수소충전소 설치 관련 예산을 확보했으며 현재 11개 충전소에 대한 승인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또 지난 2022년 체코 최초로 수소충전소를 구축한 오스트라바(Ostrava)시는 운송사, 대학, 기업 등과 클러스터를 설립하고 해당 수소충전소에 그린수소를 공급할 생산시설과 버스, 열차, 승용차 등 모든 수소모빌리티를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프라하 남서부에 있는 므니셰크 포트 브르디(Mníšek pod Brdy)에서는 2025년부터 10대의 수소버스를 시범 운행한다. 수소버스에는 수력발전소의 전기를 사용해 만든 그린수소가 공급된다.

체코의 트럭 및 특수차량 제조사인 타트라(Tatra)는 총중량 44톤의 광업용 수소전기트럭의 시험모델을 올해 연말까지 개발하고 테스트를 거쳐 고객사와 함께 실제 서비스 및 추가 현장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프랑스, 독일과 기존 천연가스관을 수소관으로 변경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공급하는 프로젝트와 체코 최대 전력저장시설에 포함된 가스터빈 발전소의 연료를 향후 그린수소로 변경하는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오를렌 유니페트롤의 수소생산공장.(사진=Orlen Unipetrol)
오를렌 유니페트롤의 수소생산공장.(사진=Orlen Unipetrol)

유럽 진출 최적 거점
이러한 점들을 미뤄볼 때 체코가 유럽 수소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코트라의 분석이다.

코트라는 “높은 제조엔지니어링 역량, 적극적인 대외무역투자, 한국과의 우호관계 등을 고려할 때 체코는 우리 수소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할 때 중요한 거점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며 “체코 기업과 협력해 유럽 수소시장에 진출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볼 때”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과 체코는 수소분야 협력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2022년 6월 산업부 장관이 체코를 방문했을 때 장관급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협력 MOU’를 체결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MOU에 참여했던 기관 중 현대차와 체코의 지브라(ZEBRA)가 수소트럭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9월엔 한국가스기술공사와 체코 최대 시험인증 국영기관인 SZU가 ‘수소에너지 분야 상호 기술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수소에너지 국제표준 및 인증 관련 정보공유 △한국기업의 CE인증 취득, 제품 평가개발 지원 및 연구용역 공동수행 △기타 상호 협력증진에 관한 제반 사항에 대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올해 4월엔 체코 프라하에서 ‘한-체코 수소분야 수출협력 포럼’이 개최됐다. 한국에선 두산퓨얼셀, 파나시아 등 12개 업체가, 체코에선 스코다그룹, 이베코 체코, 보쉬 체코, 수소협회, 에너지저장협회 등 40여 개 기관 및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수소 생산모빌리티 분야 비즈니스 협력을 추진했다.

코트라는 “수소전문기관 등과 협력, 국내외 수소전문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체코 기업과 협력해 유럽 수소시장 진출을 도모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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