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한국딜로이트그룹 디지털자산센터장 | 해운업은 전 세계 무역의 약 90%를 차지하며, 글로벌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어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7월 MEPC 80차 회의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Net-zero)로 하는 목표를 새롭게 설정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는 2008년 대비 20%, 2040년까지는 70%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운업계는 새로운 연료 도입, 선박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 선박 관리의 효율화 및 운항의 최적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메탄올 추진 선박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메탄올은 기존 화석연료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고, 탈 탄소화를 위한 대안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메탄올의 생산부터 운송, 저장, 사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천연가스 기반 메탄올의 위험성과 블록체인의 역할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메탄올 생산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메탄 누출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1년 러시아의 가스프롬(Gazprom) 파이프라인에서 발생한 메탄 누출 사건에서는 한 시간 만에 395톤의 메탄이 대기로 방출되어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86배 강력한 온실가스 효과를 일으켰다. 이러한 사건은 메탄올 생산 공정에서의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블록체인은 메탄올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메탄 누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잠재적인 문제를 사전에 감지해 경고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이 환경적 리스크를 줄이고, 규제 준수를 보장하며,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이오매스 기반 메탄올의 한계와 환경적 도전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메탄올 생산은 탄소 중립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바이오매스는 성장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바이오매스 농장은 심각한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2020년 브라질 아마존에서 대규모 바이오매스 농장이 산림 파괴와 수자원 고갈을 초래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사건으로 수천 헥타르의 열대 우림이 벌채되어 생물 다양성이 급감했고, 지역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또한, 바이오매스 생산성은 지역별로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 자연재해나 기후 변화에 따라 바이오매스 생산이 타격을 받는 경우 메탄올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공급망을 관리하고,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추적하기 위해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바이오매스의 출처와 그에 따른 탄소 발자국을 명확히 추적해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석탄 기반 메탄올의 환경적 영향
석탄을 원료로 하는 메탄올 생산은 가장 많은 탄소 배출량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석탄은 연소 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석탄 채굴 과정에서도 심각한 환경 파괴가 발생한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는 여전히 석탄 기반 메탄올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에 큰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석탄 기반 메탄올 생산에서 발생하는 높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의 혁신과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높은 비용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실질적인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석탄 기반 메탄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추적함으로써 규제 당국과 기업들이 탄소 배출 관리 계획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블록체인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투명하게 관리함으로써 기업들이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탄소 배출권 거래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운송·저장 과정의 위험과 블록체인의 해결책
메탄올은 인화성이 높은 물질이기 때문에 운송·저장 과정에서의 안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2018년 스페인의 한 항구에서 발생한 메탄올 유출 사고는 이러한 위험을 잘 보여준다. 이 사고로 인해 상당량의 메탄올이 해양으로 유출되어 메탄올의 독성물질이 해양 생태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2020년 노르웨이의 첼드베르고든(Tjeldbergodden) 메탄올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메탄올 저장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이 화재로 인해 공장의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으며, 화재 예방과 안전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었다.
역시나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운송·저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추적해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블록체인은 메탄올 운송・저장 과정에서의 안전성을 높이고, 규제 준수 및 사고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과 해운업의 응용
앞서 언급한 블록체인의 다양한 역할은 해운업의 특징과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블록체인만의 기술적 특징 때문이다. 이 특징들은 메탄올 생애 주기(생산·운송·저장·사용)의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먼저 ‘투명성(Transparency)’이다.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가 볼 수 있는 공개 원장을 통해 데이터의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한다. 예를 들어 메탄올의 생산·운송·저장·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을 가시적으로 만들어 해운업체들이 규제를 준수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음으로 ‘변경 불가능성(Immutability)’이다. 블록체인의 변경 불가능성은 한 번 기록된 데이터가 수정되거나 삭제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특성은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이 데이터는 후속 조작이 불가능해 신뢰성이 확보된다. 이는 배출권 거래와 같은 민감한 영역에서 특히 중요하다.
세 번째로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라는 특징이 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다. 이는 단일 중앙 관리자가 아닌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노드가 공동으로 데이터를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탈중앙화는 데이터의 독점이나 조작을 어렵게 만들고, 특히 다국적 기업이나 여러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복잡한 공급망에서 큰 장점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다.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의 또 다른 핵심 요소로, 사전에 정의된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래밍이 된 계약이다. 이는 해운업의 여러 단계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메탄올 공급망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할 때만 탄소 배출권이 자동으로 거래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수동 개입 없이도 신속하고 정확한 거래를 보장해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
글로벌 차원의 협력과 표준화
블록체인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국가와 기업들이 동일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함으로써 각국의 규제 요구 사항을 일관되게 준수할 수 있으며, 글로벌 해운업계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운업계의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규제를 마련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규제를 효율적으로 준수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머스크(Maersk)와 IBM이 공동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인 ‘트레이드렌즈(TradeLens)’가 하나의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비록 현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사용이 중단된 상태이긴 하지만 트레이드렌즈는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물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플랫폼은 해운업체들이 각국의 규제 요구 사항을 일관되게 준수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글로벌 해운업계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한, 블록체인은 국제적인 협력뿐만 아니라 기업 간 협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해운사와 물류 업체가 동일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사용해 데이터를 공유하면 물류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각 회사가 직면한 위험 요소를 보다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기업은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으며, 전체 공급망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한 투명한 감축 노력 인증 및 배출권 거래
블록체인 기술은 메탄올 추진 선박의 탄소 배출 감축 노력과 성과를 투명하게 인증하고, 이를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기술은 기업들이 수행한 모든 탄소 배출 감축 활동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이를 인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선박이 에너지 효율적인 기술을 도입해 탄소 배출을 줄였을 경우 블록체인은 이러한 업그레이드와 그로 인한 배출 감소를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은 국제적인 배출권 거래소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EU 배출권 거래제(ETS)와 같은 국제적인 배출권 거래소에서는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검증하고 인증하는 데 있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EU의 해운 부문 환경규제 내용에 따르면 2024년부터 EU ETS가 해운 부문으로 확대되고, 5,000GT 이상의 선박은 EU 역내 운항의 경우 100%, EU 역외 운항의 경우는 50%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배출권(EUAs)을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해운업과 관련된 환경규제 변화 속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을 통해 각국의 기업들은 배출권 거래소에서 투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인 탄소 배출 감축 노력에 기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해운업체들이 국제적인 규제를 준수하는 데 필요한 투명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MO의 탄소 집약도(CII) 요구 사항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선박의 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을 정확하게 추적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함으로써 해운업체들이 규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한국 해운업계의 미래와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
한국 해운업계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 도입은 이러한 노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의 해운사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국제적인 규제 요구 사항을 준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조선산업은 LNG·메탄올 추진 선박의 설계와 건조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박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감축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명한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한국의 해운업계는 국제 규제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해운업을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해운업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국제적인 해운업계에서 지속 가능한 해운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블록체인을 통한 해운업의 혁신
결론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해운업계가 직면한 여러 도전 과제에 대한 강력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메탄올 추진 선박과 같은 대체 연료의 도입과 결합해 블록체인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해운업계는 규제 준수와 탄소 배출 관리에서 직면하는 복잡성을 단순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며, 국제적인 협력과 데이터 투명성을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과 활용은 한국 해운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탈 탄소화를 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속 가능한 해운업을 실현하고,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