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베이징에 설립된 도요타와 시노하이텍(SinoHytec)의 수소연료전지 생산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 또 현대차는 인도 마드라스 인도공과대학(IIT) 타이유르 캠퍼스에 수소혁신센터를 세우고 수소밸리 조성에 나선다.
현대차의 해외 수소사업 거점은 중국 광저우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센터 설립은 현대차와 IIT, 무역투자진흥기관인 가이던스 타밀나두의 파트너십이 배경에 깔려 있다. 투자 금액은 총 18억 루피(286억 원)로 2026년 가동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곳 수소혁신센터를 기반으로 수소 생산을 위한 전해조 개발과 수소 제조, 현지 공급망과 수소충전소 구축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 수소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는 현대차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PEM(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 기술과도 관련이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PEM 수전해 양산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중국 화펑연료전지 신공장 가동
도요타와 중국 시노하이텍의 합작투자 회사인 화펑연료전지가 베이징에 새로운 수소연료전지 생산공장을 열고 가동에 들어갔다. 신설 공장의 면적은 4만4,000㎡로 생산 규모는 연 1만 기다.
승용보다는 중장비 상용차 수요를 충족할 예정이며, 2026년 2단계 건설에서는 11만3,000㎡로 확장해 생산 역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8월 20일에 열린 화펑연료전지 신공장 가동식에는 생산라인에 처음 투입된 연료전지 시스템인 ‘TL Power 150’을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작년 5월에 출시된 제품으로 길이 950mm, 높이 715mm, 무게는 166kg에 이른다. 제품 사양을 보면 정격 출력 150kW, 정격 효율 47.1%, 최대 효율 64.9%, 서비스 수명은 3만 시간에 이른다.
도요타는 2020년 6월에 시노하이텍, 디이자동차, 둥펑자동차, 광저우자동차그룹,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FCRD(United Fuel Cell System R&D)를 설립했다. 또 이듬해 4월에 시노하이텍과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FCTS(Toyota SinoHytec Fuel Cell)를 설립했다. FCRD가 연료전지 기술개발과 연구를 맡고, FCTS가 제품 개발과 생산, 마케팅을 맡고 있다.
이중 FCTS를 중국 현지에서는 ‘화펑연료전지 유한공사’로 부른다. 화펑연료전지에 따르면,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에 들어선 1기 시설은 생산공장, 테스트실, 연구개발센터 겸 사무실, 실험실, 수소충전소 등을 갖추고 있다.
한일 수소차 시장은 ‘역성장’
현대차의 중국 시장 진출 시기가 늦은 건 아니다. 현대차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를 첫 번째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해외 생산기지로 정하고 지난 2021년 3월에 ‘HTWO 광저우’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HTWO 광저우’ 공장이 문을 연 시점은 작년 6월로 화펑연료전지보다 빨랐다. 20만2,000㎡ 부지에 스택공장, 활성화공장, 연구동, 사무동, 혁신센터 등의 건물이 8만2,000㎡ 규모로 들어섰다. 연간 6,500기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HTWO 광저우 공장이 규모 면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지만, 도요타가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을 기반으로 연료전지 개발사인 시노하이텍, 중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들과 손을 잡고 연료전지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중국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며 수소전기 상용차 개발을 독려해왔다. 2020년 9월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 보조금 대신 시연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보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시장에서도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전기차에 비할 수준이 못 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중국에서 내수용으로 판매된 수소전기차는 약 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5%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수 전기차(357만 대)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236만 대)의 판매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세계 각국에서 판매된 수소전기차 대수는 총 5,621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4.1%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별로는 현대차가 넥쏘와 일렉시티 등을 합쳐 1,836대를 팔았지만, 판매량은 작년 대비 42.6%나 감소했다. 도요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44.9%가 줄어든 1,284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인도 미래차 시장 성장성 높아
수소전기차 보급은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를 기반으로 한다. 충전소 확보에 큰 비용이 들고, 충전소에서 유통되는 수소생산 방식을 두고도 말이 많다. 결국 저탄소 수소를 써야 수소전기차 보급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인도 첸나이(옛 마드라스)에서 열린 ‘타밀나두 글로벌 투자자 회의’에서 타밀나두주 정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총 618억 루피(약 9,800억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타밀나두주에는 연간 82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현대차 첸나이 공장이 있다.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해에만 내수 시장에서 425만 대의 차를 팔았다.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3위에 오른 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고전해왔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인도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고,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 자리에 올라 있다.
인도는 글로벌 미래차 산업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중국도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더불어 인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비야디(BYD)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 건설 투자에 10억 달러를 제안하기도 했다.
수소전기차를 해외 시장에 팔기 위해서는 저탄소 수소생산, 수소충전 솔루션을 함께 제안해야 한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Pertamina)와 손을 잡고 지역의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한 수소생산 허브 구축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소차 시장은 아직 초입이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중국 수소상용차 시장을 노리는 도요타의 전략이 먹힐지, 새롭게 인도 시장에 진출해 바닥부터 다지는 현대차의 전략이 통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