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프로티움 제5공장 전경.(사진=어프로티움)

수소 생산·판매 전문기업 어프로티움이 신규 제5공장을 앞세워 액화탄산 공급을 확대한다. 어프로티움은 신규 제5공장을 준공하고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이 공장은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간 27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액화하고 저장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이로써 어프로티움은 연간 약 40만 톤의 액화탄산 공계를 구축하게 됐다.

5공장 준공 이유는 이산화탄소 포집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수소 1kg을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 약 9.6kg가 발생한다. 이를 모두 포집할 수 없기에 포집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수소 1kg당 이산화탄소 3kg을 포집한다고 가정하면 5공장 도입으로 5kg 포집이 가능하게 되는 식이다. 어프로티움은 이산화탄소 포집 비율을 높이기 위해 5공장을 신축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최근 수소 생산이 늘어남에 따라 포집할 이산화탄소 자체가 증가해 공장을 지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어프로티움 관계자는 “현재 수소는 산업자체에서 소비용도로 바로 빠지고 있어 생산량 추이에 큰 변화는 없다”라며 “최근에는 수소충전소가 많아지며 수소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나 생산량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액화탄산 저장 시설.(사진=어프로티움)

어프로티움의 5공장은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부곡용연지구 내 약 9,740㎡  대지에 건축면적 2,514㎡ 규모로 신설됐다. 지난해 1월 착공했으며 사업비 1,200억 원이 투입됐다. 

액화를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은 기존 울산 제2공장과 제3공장의 수소 제조 공정 중에 이뤄진다. 원할한 이산화탄소 포집을 위해 어프로티움은 2공장의 포집 용량을 2배로 증설하고 3공장의 포집 설비를 신설했다. 현재 두 공장 합산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시간당 51톤 수준이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배관으로 이송되며 신규 5공장에서 압축, 정제, 냉각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고순도의 액체 이산화탄소로 저장된다. 이 액화탄산을 다양한 수요처에 공급한다는 목표다. 

액화탄산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드라이아이스.
액화탄산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드라이아이스.

액화탄산은 드라이아이스, 용접, 반도체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특히 드라이아이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드라이아이스는 순도가 높은 액화탄산을 압축·냉각해 만든다. 쿠팡, 마켓컬리 등 신선식품 유통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에게 드라이아이스는 필수품이다. 코로나, 고물가 등으로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경만 하고 온라인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쇼루밍 현상이 자리잡으며 몸짓을 키운 이커머스와 동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선사에도 액화탄산은 반가운 손님이다. 조선사는 타 산업 대비 용접이 많다. 액화탄산은 용접에 사용되는 데, 중장비를 다루는 산업인 만큼 쓰이는 양도 방대하다. 올초에는 조선사들의 발주 러시가 일어난만큼 액화탄산의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다. 주의할 점은 발주 기간을 맞춰야 해 공정 재료 수급이 제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에는 탄산이 모자라 국내 조선사들이 중국 등 해외로부터 탄산을 수입한 사례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도 세정제로 활용되기에 액화탄산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대흥씨씨유는 새만금 산단 1만5,000㎡에 120억 원을 투자해 발전소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포집, 액화탄산과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하는 신규공장을 지난달 19일 준공했다. 하루 100톤, 연간 3만5,000톤의 액화탄산을 생산할 계획이다. 

액화탄산 충전 시설.(사진=어프로티움)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다. 액화탄산 시장이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액화탄산은 수요가 높은 여름에는 공급이 부족하고 겨울에는 공급이 과잉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더운 여름 드라이아이스의 수요가 높아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액화탄산의 약 20%가 드라이아이스로 활용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어프로티움 관계자는 “액화탄산 생산량 자체는 여름, 겨울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재고관리 차원에서 접근하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산 수요가 낮을 경우 공급량을 줄이는 등 유동적인 움직임을 취한다는 해석이다. 

블루수소 연계 CCS 실증사업에 활용되는 동해-1 가스생산시설.(사진=한국석유공사)
블루수소 연계 CCS 실증사업에 활용되는 동해-1 가스생산시설.(사진=한국석유공사)

액화탄산 수요 변동 등으로 공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산화탄소를 액화탄산 생산에 이용할 수 없다. 이에 어프로티움은 이산화탄소를 이송해 매립하는 CCS 사업을 구상하는 모양새다. 연간 3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이송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2공장과 3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5공장에서 약 8.4km 떨어진 동해 가스전 CCS 임시저장소에 매립하게 되는 것이다. 어프로티움은 해당 사업에 약 16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어프로티움 원기돈 대표는 “신규 5공장 가동은 이산화탄소 포집과 활용 분야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국내 액체탄소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울산 동해가스전 CCS 사업, 청정수소 사업 등과의 시너지를 앞세워 탄소중립과 청정수소 시대를 동시에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어프로티움은 지난 1964년 설립 이후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공장을 증설해왔다. 최근에는 덴마크 톱소와 암모니아 크래킹 관련 기술 협약을 체결하는 등 암모니아 크래킹을 통한 청정수소 공급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