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 전경.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 전경.  

지난 몇 년간 수소경제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기술개발, 투자, 정책·규제 마련, 국제 협력·프로젝트 등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이 이어진 덕분이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려면 상업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업화는 경제성뿐만 아니라 안전성·성능·신뢰성 등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그러나 수소용품의 성능평가 설비가 미비해 용품의 안전성, 내구성, 효율성 등에 대한 시험과 성능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기술개발, 설비 등에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한 기업은 추가로 해야 하는 제품 검사에도 시간과 비용을 들이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덜어주는 전문 시험 센터가 국내에 있다.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운영하는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다. 센터는 수소부품 성능평가설비, 제품효율 평가설비 등 주요 시험설비를 활용해 기업들에 수소 관련 부품·제품 개발 단계부터 테스트 베드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부품·제품의 신뢰성·안전성 검증과 트랙 레코드 확보 등 기업들의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해준다.

수소산업 상업화, 그 최전선에 있는 나희승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장을 찾았다.

나희승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장.
나희승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장.

Q. 센터가 문을 연 지 2년 정도 지났다. 그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센터 개소 때 9명이던 인원이 현재는 14명까지 늘어났다. 개소식 때 미처 들어오지 못했던 시험장비들이 현재는 모두 가동되고 있다. 센터 설립 추진 당시 계획하지 않았던 새로운 설비도 도입했다. 대표적인 게 연료전지 스택 시험 장비다. SOFC 연료전지와 상온 연료전지 스택 성능을 분석하는 설비 2개가 들어왔다. 현재 조선 관련사에서 상온 연료전지 스택 검사 의뢰가 들어와 일정·가격 등을 협의 중이다.

 센터가 새롭게 추가한 연료전지 스택 성능 검사 장비.

SOFC 스택을 테스트하기 위해선 700~800℃ 정도의 온도가 필요하다. 이 정도의 고온은 구현해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험 기간 내내 주의가 필요해 SOFC 성능 검사 장비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꾸준히 있었다. 이런 수요를 고려했을 때 의뢰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전 및 다른 지역에 있는 연료전지 회사들과도 협의를 통해 의뢰 건수를 높여나가고 있다. 아직은 다른 장비에 비해 시험 건수가 많지 않으나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외국에서 상용화된 연료전지 스택을 구매해서 성능을 분석하는 등 계속해서 장비를 가동하고 있다.

Q. 센터 개소 이후 주요 성과를 소개해달라.

지난해 6월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공인시험기관 자격을 획득한 게 대표적이다. ‘KS-B-ISO-19880-3’이라는 수소충전소 코드 기준으로 인증시험이 가능한 자격을 가지게 됐다. 인증시험 자격은 받았으나 아직 인증시험을 해준 곳은 없다. 상업화 과정의 마지막 절차라고 볼 수 있는 인증 단계까지 도달한 기업이 많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증시험 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센터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전 세계 2곳 밖에 없는 충전효율평가실의 충전율 테스트 베드.

인증 의뢰 말고 일반 시험 의뢰는 꾸준히 있다. 국내에 수소산업 시험 센터가 제한적이다 보니 대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문의가 많다. 현재 국책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소부장 R&D 등에서 수소 관련 제품·부품 기술개발 과제가 상당히 많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 원인이다.

지난해 추출 수소생산기지가 일시적으로 중단됐을 때 생산 설비들의 재가동으로 수소연료 품질이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센터는 법적 검사 기관의 검토를 받기 전에 신속하게 대응해 품질에 대한 부정확성을 분석하고 피드백을 제공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었다.

Q. KOLAS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 자격을 인정받았는데.

시험기관이라 하면 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중요하다. KOLAS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 자격을 인정받는 것만으로도 센터의 신뢰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국제시험소인정기구(ILAC)에 등록된 80여 개 국가의 등록연구기관 간 연구 데이터를 수용하는 등 국제 공신력도 확보할 수 있다. 수소부품 같은 경우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제외하고 두 번째로 자격을 획득했다. 공인 시험기관으로서 빠른 시기에 자격을 취득한 부분이 있어 실험 데이터나 경험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KOLAS 국제공인시험기관 현판 제막식.(사진=한국가스기술공사) 

센터는 수소가스 판매 사업자와 충전사업자 간 정량적인 수소 판매량에 대한 이슈들을 해결하고자 유량계교정기관 자격 취득을 준비 중이다. 수소 질량 유량계는 현재 물로 검・교정 되고 있는데, 판매자들이 사용하는 질량이라는 게 아직은 누가 정확하다 할 기준이 없다. 어떤 기업이나 기관도 이런 기준을 설정해 본 적이 없어서 어려움이 예상되나 수소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손을 잡았다. 앞으로 2년 정도 후 설비 부분 검증이 완료되면 수소 유량계 교정도 추가 확장 사업으로 진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수소생산원료 다양화에 따른 수소품질 이슈로 수소품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수소품질 분석을 담당하는 법적 검사 기관은 한국가스안전공사다. 수소품질 관련 분석 신뢰도를 높이고자 KOLAS 분야 확대를 추진 중이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연료 품질분석 분야의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Q. 센터가 기업의 시험·평가수수료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센터 구축 비용은 중앙정부와 대전광역시에서 지원해줬다. 센터가 속해 있는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준시장형 공기업이어서 중앙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

센터가 위치한 대전광역시는 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 대행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대전에 자리 잡은 기업에는 시험·평가수수료의 50%를 지원해준다. 전국 단위로 보면 시험 항목별로 중소기업은 20%, 중견기업은 10%를 감면해준다. 중요한 점은 중복할인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전시에 있는 중소기업은 50%에 추가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나희승 센터장이 기반설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지원의 효력이 상당하다. 초고압 환경에서 사용되는 부품의 경우 기술적 난이도로 인해서 시험 결과가 바로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럼에도 의뢰가 꾸준히 들어오는 건 시험료 할인이 주효했다고 본다.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다 보니 시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10%, 20%라는 할인율이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시험에 실패한 제품 담당자들도 실패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도전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Q. 센터 운영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앞서 말했지만 다루기 어려운 가연성 가스인 수소를 테스트하는 시험 장비들이 상당히 고가라 설비들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또 시험 기간이 매우 길어 시험이 진행 중일 땐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한시바삐 제품 성능을 검증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개의 시험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동시 시험에 관한 고민이 많다. 실제로 동시 시험 진행을 위해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과 대행 사업비의 일부를 활용해 시험 장비들을 추가하고 있다.

 부품시험실에 설치된 압력반복 시험장비.
 부품시험실에 설치된 압력반복 시험장비.

수소산업 초기엔 정부의 지원이 상당히 많았다. 덕분에 수소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지원이 주춤하다. 양산형 제품들이 많이 생겨야 기업이 살아나고 해당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데 이런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수소기업 후발주자도 나오지 않게 된다. 아직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2~3년 후에는 시험 센터의 수요가 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부분들을 해소할 지원과 방안이 필요하다,

관련 인프라를 조성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장비가 워낙 고가라 다양한 설비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고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다행히 센터는 외부에서 경력을 가진 인원으로 구성돼 걱정보다는 빨리 안정화가 된 부분이 있다.

Q. 국내에서 센터의 역할을 대신할 곳이 많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싸기도 하고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장비들이 많아 국내에서 대체 시험장소를 찾기 쉽지 않다. 예전에 압축기라는 가장 고가의 장비에 문제가 생겨서 수리 기간에 시험이 중단됐던 적이 있다. 다행히 예상보다는 짧은 일주일 안에 해결됐다. 이와 같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스페어 파트’라고 부르는 설비 여유분을 확보해뒀다. 수리가 필요할 때 교체품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보니까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스페어 파트 마련에도 대전시가 제공하는 대행 사업비가 다수 들어갔다. 시험장소가 부족한 만큼 문제점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증 및 시험 적합성 평가기관 SZU 체코 본원 전경.(사진=SZU)

해외에 위탁할 상황도 아니다. TUV, SZU 등 글로벌 인증기관도 이 정도 규모의 수소 실험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SZU 같은 경우에는 현재 본 센터에 수소 관련 인증기관 신청을 문의했다. 이때 지정 시험소가 필요한데 센터와 지정 시험소 협약을 맺었다. 센터가 수행한 실험 결과를 유럽에서도 인증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협력 관계도 구축하고 있다.

일본의 수소에너지 제품 연구 및 테스트 센터 ‘HyTReC’.(사진=HyTReC)

궁극적으로는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HyTReC’를 닮고자 한다. 수소시험센터의 이상적인 모델이자 선두주자이며 R&D·제품 개발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가스 사이클 테스트, 급속 충전, 진동, 유압 사이클, 고온 크리프, 외부 수압 등 다양하고 규모 있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Q. 액체수소, 청정수소 관련 시험 의뢰 수요는.

올해 인천 등 3곳에서 액화수소플랜트가 가동되고 액체수소충전소가 구축되고 있다. 액체수소 산업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액체수소 제품 시험 의뢰도 나올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 들어선 국내 최초 액화수소 플랜트.(사진=경상남도)

센터는 액체수소를 다루고 있지 않다. 현재 충청북도 음성, 강원도 삼척에 액체수소 관련 시험 센터 구축이 진행 중이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삼척에 지어지고 있는 액체수소 신뢰성 센터의 기술·사업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센터도 협력하고 있다.

청정수소의 경우 청정수소 인증제 및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등으로 수소 활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청정수소 관련 시험시설은 경기도 평택에 지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주도하고 있다. 센터 인력들이 많은 기술을 지원할 방침이다. 청정수소 관련 시험은 센터에서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 수소용품 관련 기계류 부품 시험은 센터에서 쭉 진행할 예정이다.

Q. 시험평가를 의뢰하러 올 때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

대부분이 센터에 오면 가장 먼저 가격을 문의한다. 사실 방법, 절차, 기간에 따라 금액이 다르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딱 정형화된 인증시험은 가격이 명확히 고시되지만 일반 시험들은 시험센터와 상담 협의를 통해 시험료를 도출해가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부분을 염두해두면 좋겠다. 비용이 비싸다고 얘기하는 기업도 있으나 시험·평가수수료로 센터를 운영해야 해 상당히 어렵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최대한 가격을 조정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희승 센터장이 토토 사이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시험기간도 고려해야 한다. 항상 본인들의 일정에 맞춰 기한을 정해두고 센터를 찾아온다. 최대한 빠른 대응을 하려고 하지만 동시 시험이 아직은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기에 미리 협의 요청을 해주면 원하는 시기와 가격에 시험을 의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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