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올해도 수소산업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의 신년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업들은 특히 탄소중립 핵심 대안으로 꼽히는 CCUS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CCUS는 수소 생산 등 다양한 산업현장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저장하는 기술이다. 탄소배출이 없는 그린수소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나 생산 인프라가 부족하고 경제성 확보가 어려워 그 전 단계로 CCUS를 활용한 블루수소를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수소, CCUS 기술 개발에 전략적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꾸준히 CCUS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CCS 기술 확보를 위해 해저 고갈 가스전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저장에 성공한 네덜란드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액화탄산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책과제 수행을 통해 기술 역량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11월엔 ‘CCUS 상용기술 고도화 및 해외저장소 확보를 위한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했다. 같은해 5월부턴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하이브리드식 이산화탄소 포집 액화 공정의 최적화 및 실증’을 주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회수율 90%, 순도 95% 이상 목표로 이산화탄소를 하루 평균 100톤 이상 저에너지 방식으로 포집한다.
롯데케미칼도 같은 국책과제를 수행하며 CCUS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여수 공장에 설치해 연간 6만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중이다.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허브 터미널에 집결시킨 후 말레이시아 고갈 가스전·대염수층에 저장하는 셰퍼드 CCS프로젝트에도 합류했다. 또 기체 분리막을 적용한 상업용 CCU 설비 확보를 위해 실증에 나서고 있으며 공정 설계에도 힘쓰고 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은 신년사에서 “수소에너지 사업의 시의적절한 투자와 실행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6월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수소사업 파트너십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여수에서의 암모니아 분해, 액화수소 사업, 수소 출하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대산공장 부지에 부생수소를 활용한 대규모 고압 수소출하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수소차 부품인 수소저장용기 상용화에도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도 CCUS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수소, CCUS 등 저탄소 영역에서 규모 있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며 CCUS 사업 확장 의사를 내비쳤다.
GS칼텍스는 CCUS 사업 개발을 위해 GS건설, GS에너지, 동부발전 등 8개 기업과 지난 2022년 11월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사업에서 GS칼텍스는 블루수소 공급을 담당한다. 또 한국가스공사와는 CCU 기술 실증 및 상용화 사업 추진을 협력 중이다.
SK E&S는 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인근 해상 폐가스전에 저장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실제로 현재 개발중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천연가스 채굴 시 발생하는 CO2를 시작으로, 향후 국내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CO2까지 포집해 바유운단 CCS에 영구 저장할 계획이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4대 사업(LNG-수소-재생에너지-에너지솔루션) 간 유기적 연계와 상호 보완적 시너지 강화를 통해 전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신년 방향성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린수소가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나 아직은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CCUS 기술을 이용해 만든 블루수소도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앞다퉈 CCUS 사업에 앞장서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CCUS 프로젝트 중 대다수는 CCS다. 가스전, 대염수층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격리하게 되지만, 궁극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없애지 못하며 저장 공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해 사용하는 CCU 기술도 쉽지 않다. 라드바우드대학 기후변화연구원은 CCU로 이산화탄소를 완전 감축하려면 포집·전환 과정에서 100% 청정에너지가 사용돼야 하고 최종 생산된 제품 내 이산화탄소 영구 격리가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CCUS의 경제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규모 상용화·장거리 운송 등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대 수준만큼 감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호주 고르곤(Gorgon) 가스전 CCS 사업에 30억 호주달러(2조6,600억 원)를 투자했으나 실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목표량의 절반 수준이었다.
아직 수소 선도국에 비해 국내 CCUS 기술이 부족한 점도 걸림돌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국내 CCUS 기술을 선도국(미국, 유럽 등) 대비 약 80% 수준으로 평가했다.
한편, CCUS 이외 수소산업 분야에서 독주를 예고한 기업도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수소환원제철을 담당하는 하이렉스 시험 플랜트 구축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하이렉스는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 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나오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해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최 회장은 “수소환원제철은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