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화수소 운반선은 기체수소를 영하 253℃의 극저온 상태로 액화시켜 기체수소 대비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여 운송효율을 10배 이상 높일 수 있는 미래 선박으로, 초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액화수소를 저장하는 화물창, 화물 운용시스템, 기화 수소가스(Boil-off gas) 처리시스템 등의 저장기술과 기화 수소가스를 활용하는 추진시스템 기술이 핵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가 간 수소 무역(수출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의 미래 신시장으로 액화수소 운반선이 부상한 이유다. 액화수소 운반선 기술 확보가 시급해졌다. 이미 일본이 한국보다 한참 앞서가 있다. 늦었어도 ‘시작이 반’이라 했다. 조선 강국 한국이 LNG운반선에 이어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도 놓칠 순 없다.
미래 수소 운송, ‘액화수소’ 보편화 전망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 수요량은 2050년 6억6,000만 톤 수준으로 최종에너지 수요의 약 22%로 전망된다. 이중 아시아지역이 약 2억3,500톤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요도 2030년 약 400만 톤에서 2050년 2,800만 톤으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2030년 이후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소로는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해외에서 대량 생산한 수소를 국내로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수소 수요 확대는 수소 운송을 위한 특수선 수요로 연결된다. 현재로선 암모니아 형태로 수소 도입이 불가피하나 향후 액화수소 운반선 기술을 활용한 국제교역이 보편화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선박, 파이프라인 등 수소 운송 시장은 2050년 약 5,66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확정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방안’을 통해 석탄발전기가 밀집된 서해·동해·남해 등 3개 지역에 대규모 암모니아 인수·저장설비(2027년 약 110만 톤, 2030년 약 400만 톤)를 구축, 액화수소 도입(2029년) 전 암모니아 크래킹 설비(암모니아 → 수소전환)를 통해 수소발전에 활용할 수소연료를 우선 조달하고, 약 10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 인수·저장설비를 구축해 LNG 발전 밀집 지역인 수도권에 수소를 공급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도 2029년부터는 액화수소 운반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계 1위 조선업 강국인 한국이 기술우위를 가지고 있는 LNG 선박에 이어 부가가치가 높고 파급효과가 큰 액화수소 운반선 기술 확보로 신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와 조선업계의 판단이다. 액화수소(-253℃) 운반선 핵심인 저장탱크 기술은 LNG운반선(-163℃)보다 난이도가 매우 높고, 글로벌 기술 선점이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로 개발 성공 시 파급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소 선박 관련 소부장 스타 기업 육성과 이종 업종 기술협력도 필요하다. LNG 등 가스선 중심의 조선소 및 기자재 업계의 기술 기반을 수소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액화수소 공급망(생산-이송-소비) 구축을 위해 기술개발, 인프라, 육·해상 실증 등의 관련 부처와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 본격화
글로벌 주요국은 민관 합동으로 액화수소 운반선 핵심기술 확보를 추진 중이다. 일본은 지난 2022년에 가와사키중공업이 건조한 1,250㎥급 ‘Suiso Frontier’로 세계 최초로 호주-일본 간 액화수소 운송 실증에 성공한 이후 중형선 건조 및 대형선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U의 경우 Shell-GTT가 지난 2022년 액화수소 화물창에 대한 개념승인(AIP)을 완료하고, 오는 2028년에 첫 호선 인도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조선 3사도 액화수소 해상운송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9월에 160K급(16만㎥급),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올해 9월에 80K급(8만㎥급) 기본인증(AIP)을 각각 획득했다.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호주 우드사이드에너지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을 개발 중인 HD한국조선해양의 장광필 미래기술원장은 “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가스선 분야의 앞선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액화수소 운송 밸류체인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며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 기회까지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선급인 DNV로부터 8만㎥급 전기추진 액화수소 운반선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한 한화오션의 손영창 부사장(제품전략기술원장)은 “이번 인증을 바탕으로 16만㎥급 이상의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과 더불어 다양한 무탄소 추진시스템을 적용한 선박 개발에 매진해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 선점 지원
정부는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 선점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1월 1일 ‘제7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액화수소 운반선 초격차 선도 전략’을 확정했다.
지난 1990년에 정부 주도로 한국가스공사, 조선소, 해운선사와 협력해 LNG 국적운반선 4척을 발주해 국내 조선소가 최초로 LNG 선박을 건조하는 계기를 마련한 이후 2021년 대형 LNG선(17만4,000㎥ 이상) 수주 건수 기준 세계 점유율 91%(55척 중 50척 수주)를 달성해 세계 1위 LNG선 건조국 지위를 확보했다.

액화수소 운반선도 기술개발 및 실증을 거쳐 국적선 발주 지원을 통해 대형운반선을 상업화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2040년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 세계 1위’라는 비전으로 핵심 소재·부품·장비 개발, 실증·대형화, 민·관 협업 지원체계 구축이라는 3대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
먼저 2030년 액화수소 운반선 핵심 원천·상용화 기술 100% 확보를 통해 기자재 공급망을 완성한다는 목표로 △극저온 액화수소 진공단열 화물창 소재·단열 시스템 및 화물 운용시스템의 설계·제작 기술 △화물창에서 발생하는 증발 가스(수소연료)를 활용한 추진시스템 기술 △액화수소 이송·저장에 필요한 화물창용 밸브류(제어·안전밸브), 핵심 펌프 3종(카고펌프·스프레이·비상용 펌프), 이중단열배관 등의 극저온 기자재를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정부 R&D 예산 384억 원이 투입된다.
2025년에는 기술개발 과제 간 연계, 실증 선박 적용, 액화수소 기자재 공급망 구축을 위한 민관 합동 ‘LH2C Tech 협의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또 기술 검증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적선 발주와 연계해 중형운반선(40K급, 4만㎥급) 첫 수주 이후 2040년에 대형운반선(160K급, 16만㎥급)을 건조한다는 목표다. 정부·조선사·기자재사 등의 협업으로 2027년까지 액화수소 실증 선박(2,000㎥급, 2K급, 액화수소 140톤 운송)을 건조한 후 2028년에 육·해상 실증을 진행해 안전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해상 실증 항로는 인천~평택, 울산~광양, 인천~광양이 제시됐다.
정부는 액화수소 운반선 활성화를 위해 인증체계 구축, 국내 기술의 국제표준화, 규제개선 등과 관련한 법·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2025년에 산·학·연 및 유관 부처가 액화수소 공급망 프로젝트인 ‘바다 ON 수소’(가칭) 협의체를 구성해 강력한 추진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 협의체를 중심으로 국제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해 실증 선박을 활용한 해외 수소 도입 시범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민·관 협업 거버넌스인 ‘HySTRA’를 설립해 기술개발, 실증, 정책수립을 일원화하고 사업을 총괄 관리하도록 했다.
홍길표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 사무관은 “글로벌 수소 운송 수요 확대에 대비하고 K-조선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액화수소 운반선 핵심기술을 개발해 신시장을 선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