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샌드박스 승인으로 현행법상 진행하지 못했던 사업의 실증이 가능해지며 수소산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제3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공모를 통해 모집된 기획형 과제 등 총 44개 과제를 심의·승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중 선정된 수소사업 과제는 △고망간강 신소재 활용 액화수소 저장탱크 실증(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컨소시엄) △풍력발전 기반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전력 공급 및 거래서비스(한전KPS) △소수력발전 기반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전력 공급 및 거래서비스(한국수자원공사)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를 포함한 수소 생산 실험실 및 설비 시스템(삼성이엔에이)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를 포함한 수소 생산 시스템(미코파워) △액화수소탱크를 활용한 저장, 공급 및 운영 실증(에어퍼스트) △청정수소 플랜트 공급을 위한 LNG 소외배관 구축·운영(보령LNG터미널) △연료전지 발전을 통한 전기차 충전 서비스(천왕그린에너지주식회사) 등이다.

고망간강 액화수소 저장탱크 실증은 기획형 과제로 선정됐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상 액화수소 저장과 사용시 사용신고를 해야 하는 시설의 완성검사 및 정기검사에 대한 시설·기술·검사 기준이 부재했다. 또 신소재 고망간강을 활용한 액화수소 저장탱크 및 밸브 제조에 맞는 제조·검사 기준도 없어 실증이 불가했다.
위원회는 자체안전관리 계획 마련 및 안전관리위원회를 통한 안전성 검증 등을 전제로 특례를 승인했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컨소시엄은 고망간강 소재 액화수소 모형 저장탱크와 기자재를 제작해 성능 및 안전성을 검증한다. 세부적으로는 선박용 고망간강 저장탱크의 모형·밸브 제작 후 액화수소 충전테스트를 통해 단열성능·증발률 등을 시험하며 탱크의 성능을 확인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존 스테인리스, 니켈 대비 높은 강도와 낮은 가격으로 대용량 수소탱크 제작이 가능해져 액화수소 운송의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KPS, 한국수자원공사는 사업용 풍력 발전설비와 소수력 발전설비로 생산한 전기를 수전해설비에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을 진행한다. 현행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은 자가소비를 할 수 없고 전력시장에서 거래하는 게 원칙이나 청정수소 활성화를 위해 실증특례 기간 동안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수전해설비에 전기를 직접 공급하고 남은 전력은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한전KPS와 수자원공사는 그린수소 생산사업의 안전성·환경성·기술성 등을 연구한다.
삼성이엔에이는 이온을 제거한 물로 스팀을 생산한 후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에 주입해 청정수소를 생산한다. 평가장비를 포함한 SOEC 9세트를 실험실에서 운영하고, 관련 시스템 설계를 실증할 수 있게 됐다. 현행 수소법상 관련 설비와 제조시설·기술 기준이 부재해 인허가 및 제품검사가 불가능하다. 또한 수소 정제장치 없이 스택으로만 구성되는 성능 평가장비 및 핫박스에 대해서도 관련 기준이 적용되는지 모호했으며 스택 평가를 위한 스택 변경 시마다 수소용품검사를 재실시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위원회는 SOEC 원천기술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특례를 승인했다.

미코파워도 스택, BOP, 전력공급기 등으로 구성된 SOEC 시스템 5기를 구축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실증기간 중 경기도 안성시 내 SOEC 설비를 포함한 수소생산시스템을 설치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코파워는 이온을 제거한 초순수를 스팀발생기에 주입해 생산한 수증기를 SOEC에 주입해 청정수소를 만들고 있다.
에어퍼스트는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수소공급을 위해 액화수소를 전용 탱크로리로 운송해 공장 부지에 저장한 후 기화해 배관을 통해 직접 반도체공장에 공급한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상 액화수소 저장‧배관에 의한 수소 공급시설 구축에 필요한 시설‧기술‧검사기준이 없어 시공‧운영이 불가하고, 액화수소 저장탱크 등 주요설비의 시설·기술·검사기준이 없어 사업화가 불가능했다.
에어퍼스트는 액화수소 저장 및 기화 후 배관을 통한 수소 공급·판매를 위해 실증특례를 신청했고, 위원회는 안전관리계획 마련 후 자체 안전위원회를 통해 실증사업 안전성 검증 실시 등을 전제로 특례를 승인했다.
보령 LNG 터미널은 터미널과 수소생산지를 연결하는 LNG 전용배관 설치를 위한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버려지는 LNG 냉열을 액화공정에 사용하기 위함이다. 영하 162℃의 초저온 LNG 냉열은 배관을 통해 액화수소플랜트로 이동하는 데, 청정수소 생산과정에서 수소와 함께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액화시키는 공정과 기체 상태의 청정수소를 영하 253℃의 액체상태로 만드는 과정 등에 이용된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상 가정용 도시가스 품질의 적정성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한 준수사항으로 수소생산용 천연가스 품질기준에 적용하는 것이 부적합해 실증이 불가했다. 위원회는 안전관리계획 마련 후 자체 안전위원회를 통해 실증사업 안전성 검증 실시 등을 전제로 특례를 승인했다.

이번 규제샌드박스로 천왕그린에너지는 분산형 연료전지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자동차 충전에 활용할 수 있다. 현행 전기사업법 상 신에너지인 연료전지로 생산한 전력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자동차 충전을 할 수 없으나 연료전지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하고 전기차충전사업자로 등록한 후 직접 운영하는 조건 등으로 특례를 받는다.
천왕그린에너지는 구로구 천왕차량기지 내 유휴부지에 LNG 가스배관 매설 후 이를 연료로 하는 연료전지(330kW×9기) 발전설비 및 전기차 급속충전기(2기)를 구축하고 통합 제어시스템으로 이를 운영한다.
이밖에 자율운항선박 실증이 규제샌드박스로 승인받았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가 자율운항선박의 충돌회피 및 원격제어를 실증한다. 8,000TEU급 컨테이너선 등 3척의 선박이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회피하고 속도, 방향, 주위 환경을 고려해 최적의 항로로 운항을 한다.
또한 지상관제와 더불어 저궤도 위성통신을 활용해 다양한 원격제어 방식을 같이 시험할 예정이다. 자율운항시스템의 선박검사 적용이 곤란하고 원격제어 시 육상의 해기사가 선박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자율운항이 어려웠으나 이번 승인으로 실해역에서 실증을 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