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연구원이 주관한 수소택시 실증사업이 종료된 지 1년이 지났다. 이 사업에 참여한 삼환운수 직원들은 여전히 수소택시의 우수성을 인정하며 수소택시를 다시 운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 사업을 통해 기술적으로는 수소택시도 전기택시처럼 보급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수소충전소 구축 확대가 수소 택시 보급의 최우선 관건이다. <편집자주>

지난 1월 10일, 토토 사이트는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삼환운수를 4년여 만에 다시 찾았다. 몇 년 전과 달리 이곳에선 수소택시를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회사 주차장 한쪽엔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뉴라이즈와 기아의 K5가 있었다.
“수소택시는 협약 기간이 끝나고 다시 가져갔어요. 회사 대표님이나 저나 수소택시에 관심이 굉장했어요. 지금도 그래요.” 삼환운수 사무실에서 마주 앉은 이성우 상무가 말했다.
삼환운수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2022년 12월(43개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고 한국자동차연구원 주관한 ‘수소택시 실증기반 수소저장 및 운전장치 요소부품 내구성 검증기술 개발 사업(이하, 수소택시 실증사업)’에 참여한 서울 시내 택시회사 4곳 중 한 곳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 수소저장과 운전장치 부품의 고내구 설계 방안 도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수소택시(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 실주행 환경에서 수소차 보증수명 이상을 모니터링하고, 운행기반 실증데이터를 확보하며, 부품의 한계 내구 성능 등을 확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 사업에는 한국자동차연구원을 비롯해 9개 기업과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등이 참여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현대차 넥쏘 20대를 구입해 2019년 삼환운수(5대)와 시티택시(5대), 2020년 대덕운수(7대)와 유창상운(3대)에 무상 임대했다.
“주행거리가 16만km 이상 되면 다른 차로 교체 받았어요. 총 2대 교체했죠. 택시는 하루에 주행하는 거리가 길거든요. 택시는 배회영업을 하잖아요. 기사마다 운전습관도 다 다르고요. 처음에 16만km까지 도달하는 데에 1년 좀 넘게, 2년 가까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현대차 넥쏘의 수소전기차 전용부품 보증기간은 10년/16만km다. 이성우 상무의 말대로라면 교체된 삼환운수 수소택시는 최소 연간 8만km를 달린 셈이다. 삼환운수는 1일 2교대로 운영한다. 실도로 환경에서 수소차를 내구한계까지 운행해 연료전지 스택을 비롯한 핵심부품의 성능을 실증 테스트하기엔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장시간·장거리 운행하는 택시만큼 적합한 것도 없다.

이성우 상무는 수소택시를 운행하는 동안 고장 문제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현대자동차 남부하이테크센터에 가서 점검이나 고장수리 지원을 받았다”면서 “고장 나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나중에 주행거리가 25만km를 넘어가니까 그때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택시사업자는 타이어, 워셔액, 와이퍼 등 일반 교체부품 비용을 부담했다. 에어필터, 이온필터 등 정기부품교체 비용, 연료전지시스템을 포함한 부품수리 비용은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과제예산 내에서 부담했다.
연료비는 정부 R&D 예산으로 수소택시 1대당 월 78kg 수소 충전비용(68만6,400원)을 정액지원(8,800원/kg)했다. 1대당 월 78kg 초과 충전량은 택시사업자가 부담했다.
이성우 상무에게 수소택시 모델이 출시된다면 구매해 운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느릿한 어조로 수소택시의 장점을 꼽던 그의 말이 빨라졌다.
“제일 큰 문제는 충전소죠. 초기엔 서울 내 충전소는 여의도 국회 수소충전소와 강동 수소충전소밖에 없었어요. 우리는 여의도가 가까우니까 그나마 접근성이 좋았는데도 이용자가 많으면 몇 시간씩 걸렸어요. 그래서 우린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면 사납금 부담을 줄여주는 식으로 운영했어요. 서울 시내에 충전소 문제만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그게 쉽겠습니까. 또 다른 문젠 아무래도 비싼 차 가격이에요. 6,000~7,000만 원씩 하잖아요. 수소차는 고장도 별로 없고 그랬지만 정부 지원이 없으면 못 하죠.”


사무실을 나와 삼환운수 주차장에서 장준호 기사를 만났다. 그는 지난 2020년 6월 현대차 넥쏘를 운행하는 기사로서 토토 사이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4년 1월에 만난 그는 기아 스포티지 LPG 차량을 몰고 있었다.
“수소택시 운행은 1년 6개월 정도 했어요. 차는 정말 좋았습니다. 우리가 보통 몰고 있는 차에서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차를 받은 거였죠. 편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전후방 카메라를 비롯해 다양한 장치가 잘돼 있었어요. 실증사업 기간이 종료됐을 때 연장 얘기가 나올 만큼 차가 정말 좋았죠. 저는 계속 타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수소차를 사고 싶습니다.”
장준호 기사는 수소택시 넥쏘의 장점으로 편의성과 안전성 외에 정숙성, 고연비, 짧은 충전 시간 등을 꼽았다. 특히 충전 시간 측면에선 전기차에 비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는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수소차 충전은 대기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5분 이내에 끝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준호 기사도 수소충전소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충전 시간은 짧았지만, 대기 시간은 길었어요. 2시간 동안 기다려 본 적도 있습니다. 또 충전소에서 연료탱크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밸브 쪽에 갑작스러운 이상이 생겼다거나 하는 이유로 충전을 중단하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죠. 시간이 중요한 영업용 차량에는 큰 단점이죠.”

수소충전소 건설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전규제 완화, 안전기준 마련, 주민수용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탓이다. 이를 차치하고라도 현재 수소차 보급 확대, 수소충전소 확충 등의 수준이 그간 수립한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앞서 지난 2019년 1월 문재인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생산량 620만 대(내수 290만 대), 수소충전소 1,200개소 구축 목표 등을 골자로 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마련했다. 특히 수소택시는 2040년까지 8만 대(내수)를 보급하겠다고 계획했다.
같은 해 10월 발표한 ‘미래자동차 산업발전 전략 2030년 국가 로드맵’에서는 친환경차 국내 보급 확대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이용자들이 주요 도시에서 20분 내 수소충전소에 도달할 수 있도록 △2020년 171기 △2022년 310기 △2030년 660기 등 단계적 확충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년 4월)’,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2023년 12월)’ 등에 따라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 대 보급, 수소충전소 660기 이상 구축 등의 목표를 수립했다.
하지만 실제 성적표는 초라하다. 수소경제 종합정보포털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국내 등록 수소차 대수는 3만4,258대, 국내 상업용 수소충전소 수(누적)는 267곳으로 집계됐다. 환경부는 2023년 12월 31일 기준 총 300기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수소공급 차질 문제도 수소차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수소택시 실증사업 기간인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등으로 수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장준호 기사는 이때를 떠올리며 “시간 날 때마다 충전이 가능한 곳을 찾아다녔는데, 완충하지 못하더라도 충전소 상황에 맞춰 어떻게든 충전하려고 했다”면서 “수소차도 충전소가 제대로 갖춰지면 전기차만큼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