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토 사이트 이종수 기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제2의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수소산업의 본격 성장이 기대된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이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수소법)을 제정했다. 2020년 7월 1일에는 수소법에 근거해 ‘제1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수소경제 정책을 총괄·조정하기 위한 ‘수소경제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가 출범하고, 수소법과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수소경제 전담기관도 최종 확정됐다.
공모를 통해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은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수소유통전담기관은 한국가스공사, 수소안전전담기관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각각 선정됐다.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은 ‘수소법 제33조’에 따라 수소경제 이행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고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수소경제 이행 관련 성과분석, 조사 등 정책지원 △수소산업 관련 연구개발, 표준화, 전문인력양성 및 기반조성 △수소 전문기업의 판로개척, 정보제공 및 경영·기술 등에 관한 자문 △산학연 기술협력, 홍보 및 국제협력 등의 사업을 수행한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그간 수소산업 통계조사 사업 및 통계시스템 구축, 수소경제 사회적 공감대 형성사업, 수소 국제협력 및 수소 전문기업 지원사업, 수소경제 종합정보포털 서비스 시스템 구축, 수소생산기지 등 수소 인프라 조성 지원사업, 글로벌 민간 중심 수소산업 지원을 위한 세계수소산업연합회(GHIAA) 출범 등을 추진해왔다.
청정수소 중심 수소경제 활성화
글로벌 수소경제 시계는 청정수소 중심으로 더욱 빨라지게 됐다. 국내도 기존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중심에서 벗어나 발전·산업 등의 분야로 청정수소 사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되고 시장이 움직이게 됐다.
윤 정부는 이전 정부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2022년 11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및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국정과제를 제시하고, 수소산업 본격 성장(3UP)을 위한 수소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먼저 ‘규모·범위’의 성장을 위해 발전·수송 분야에서 대규모 수소 수요를 창출하고, 글로벌 수소 공급망을 구축해 청정수소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기로 했다.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실현하고, 수소버스·트럭 등 대형 모빌리티 보급을 확산하는 한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인프라·제도’의 성장을 위해 청정수소 활용 촉진을 위한 유통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수준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하고, 액체충전소도 확대하는 한편 암모니아·액화수소 인수기지를 건설하고, 수소 전용 배관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수소사업법 제정,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 등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기술’의 성장을 위해 수소 활용뿐만 아니라 생산, 유통 등 전주기의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수전해·액화수소 운송선·수소터빈 등 7대 전략 분야를 육성하고, 기술력 있는 수소전문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해외수출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다가오는 2024년은 국내 수소경제 역사에 획기적인 또 하나의 획을 긋는 해가 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탄소중립이 가장 시급한 발전 분야의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을 위해 올해 세계 최초로 수소발전 입찰 시장(일반수소발전)을 도입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청정수소 인증제가 시행되는 동시에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도 개설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27년경부터는 해외에서 생산한 청정수소도 국내에 본격 도입될 전망이다.

202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소전기버스 보급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연계해 인천(연간 3만 톤), 울산(연간 5,200톤), 창원(연간 1,700톤)에서 국내시장에 처음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4만 톤 정도의 액체수소를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2024년을 시작으로 향후 3~4년이 규모의 경제 실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대량 수소 수요 창출을 위한 고삐를 바짝 당기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추진할 사업도 많아지게 됐다.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 추가 지정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을 통해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 및 수소유통전담기관 추가 지정 공모를 진행하고, 지난 10월 제2의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으로 창원산업진흥원과 경합을 벌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을 최종 지정했다. 제2의 수소유통전담기관은 신청자가 없어 지정되지 않았다.
한혜원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정책과 사무관은 “수소발전 입찰제도가 도입되고 내년부터 수소버스도 대량 보급됨에 따라 액체수소도 본격 유통되는 등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이번에 수소경제 전담기관(산업진흥, 유통)을 공모했는데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만 추가로 지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수소전문기업 지원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이 산업부로부터 지난 10월 5일 자로 받은 지정서에는 ‘중앙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으로 명시되어 있어 사실상 에기평이 정부의 수소산업진흥 업무를 총괄 전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충렬 산업통상자원부 수소산업과 사무관은 “민관 협의체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협회 성격이 강하다 보니 수소전문기업 지원 및 홍보 등의 사업에 전념토록 하고, 이번에 추가로 지정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지역 수소 클러스터 및 특화단지 등의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수소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등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에기평이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수소산업계에서는 수소산업의 본격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내실 있고 촘촘하게 수소경제 정책을 이행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에기평은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으로 지정되기 전에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한국에너지공단 등과 함께 수소경제 정책지원, 산업육성 등의 기능을 분산 수행해왔고, 체계적인 사업을 위해 에너지신산업본부 산하에 수소에너지사업실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에기평,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 담당
에기평은 지난 2008년 8월 발표된 ‘제2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과 에너지법 제13조(2009년 1월 설립 근거 마련)에 따라 2009년 5월 4일 설립된 에너지 연구관리 전담기관으로, △미래성장동력 에너지기술 전략 선도 △창의적 에너지 R&D 사업 발굴체계 강화 △전방위적 기후위기 대응기술 확보 △친환경 발전기술 시장진입 가속화 △에너지산업 강소기업 지원체계 강화 △글로벌 기술교류 및 인력양성 체계 고도화 등 총 12개의 전략과제를 추진 중이다. 2010년 1월에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올해 1월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됐다.

안종득 에기평 수소에너지실장에 따르면 에기평은 2050년 수소 사용량 2,700만 톤, 수소 전문기업 1,000개, 수소 분야 투자 규모 100조 원 달성을 목표로 △수소경제 정책 지원 △수소기업 성장 촉진 △수소산업 기반 강화 △수소진흥 환경 구축 등 4대 전략과 △국가 수소 중장기 계획·전략 수립 지원 △수소산업 신규 사업 발굴 △수소 기업 기술 역량 강화 △지역 특화 수소 벨트 구축 지원 △국제협력 및 국내 기업 해외 진출 지원 △국민 체감의 체계적인 수소 인프라 안전 확립 등 12대 이행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주요 사업계획을 보면 우선 수소경제 정책지원 부문 중 신규사업 발굴이 있다. 정부가 이미 수소경제위원회에서 발표한 것처럼 수소산업 정책 이행을 위해서는 수소 전주기 부문별로 예비타당성조사(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고 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각종 분야 사업 대상) 규모의 신규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게 에기평의 설명이다.
기업 중심 R&D 지원, 수소 전문기업, 기술 실증 사업, 지역 클러스터·특화단지, 해외진출 사업, 청정수소 인증, 수소 인프라 안전 강화, 전문인력 양성 등 신규사업 분야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GW급 양산 능력을 갖춘 기업 2개 이상 육성을 위해 대용량 수전해 시스템 개발 및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 액화수소·암모니아 등 해외에서 생산한 청정수소 도입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수기지) 구축사업, 수소 공급 배관망에 대한 안전진단 및 성능평가 등 디지털 안전관리 플랫폼 구축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에기평은 우선 수소융합얼라이언스로부터 ‘청정수소 시험평가 및 실증화 지원 기반구축사업’을 이관받아 2024년부터 이 사업을 관리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공모를 통해 지난 9월 평택시를 사업자로 최종 선정했다. 이 사업은 청정수소 생산, 활용 등 관련 산업의 기업 기술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시험·성능평가 등의 시설을 평택에 구축하는 사업으로 2025년 12월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한다.
수소 기업 성장 촉진 부문에서는 수소 기업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화 촉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발굴할 계획이다. 공급사슬을 구성하는 앵커 기업(SI 기업)과 연관 소부장 기업이 총괄-세부 과제로 연계된 패키지형 프로젝트를 구성해 지원하는 방안이 주목된다. 12월 중으로 열릴 예정인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이 방안이 의결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 기업이 보유한 시제품의 사업화 촉진 방안도 추진한다. 개발품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 실증 수요를 조사해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행 기술개발 지원방식을 △산학연 컨소시엄 → 시제품을 보유한 기업(단독 가능) △수요조사 기반 기획 → 시제품 검토 후 실증과제 도출 △제품 개발·실증(TRL 3~7) → 실증 및 트랙레코드 확보(TRL 8~9) △개발제품 성능 확인 → 사업화 가능성 검증 △최대 5년 → 2년 내외(최대 3년)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수소산업 기반 강화 부문에서는 수소 밸류체인별 ‘지역 특화 수소 벨트(클러스터)’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산업 연계, 기업 중심, 경제성 확보 가능성, 지속·발전 가능성 등 4가지를 중점으로 신경제 모델을 수립해 글로벌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한 단계별(1단계: 시범단지 선정·실증, 2단계: 성과 확산, 3단계: 글로벌 클러스터) 목표지향형 사업체계를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에기평이 ‘지역 특화 수소 벨트’를 총괄 운영하고 협의체를 통해 성과와 노하우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수소 벨트 구축 방안을 보면 ‘수소생산’은 제주, 전북 새만금, 인천, 울진, 나주 등을 주요 거점으로 하고 청정수소 대량생산 실증, 장기운전 성능평가센터 등을, ‘저장·운송’은 강원 삼척, 동해, 울산, 여수 등을 주요 거점으로 하고 액화수소, 수소배관 등을, ‘활용’은 포항, 울산 등으로 주요 거점으로 해 모빌리티, 발전용 연료전지 등을 각각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수소특화단지 지정·운영관리도 수소산업 기반 강화 부문의 주요 사업이다. 수소특화단지는 수소법(제22조)과 수소법 시행령(2021년 2월 발효)에 근거한 제도로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활용 등 수소 전주기 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과 그 지원시설이 집적화된 곳을 수소특화단지로 지정하고 자금·설비 제공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에기평은 수소특화단지 지원제도와 운영성과를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운영·개선 방안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한편 특화단지 활성화를 위해 기업 대상 애로사항을 수렴해 관계 부처 협의 등을 통해 지원시책을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수소특화단지 사업은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소특화단지 운영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 중간결과를 공유하고 의견 청취하는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산업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수소특화단지 운영방안을 확정한 후 수소특화단지 지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수소진흥 환경 구축 부문에서는 국민 체감의 체계적인 수소 인프라 안전 확립에 나선다.
우선 수소산업 현장 의견수렴을 강화해 수소안전 확립 정책과 규제 개선사항 등을 발굴하는 한편 수소안전전담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와의 상시 협력체계와 유관기관 간 수소 인프라 안전 조사·연구, 해외사례 조사 등의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또 제품 국산화를 위한 안전기준 표준화 및 시험인증 지원, 전주기 안전성 현황 종합분석 및 예산 지원 등과 함께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수소 안전관리 로드맵 등 정부의 안전기술 혁신 실행과제를 이행한다.
특히 액화수소 운송장치와 모빌리티용 실내 수소충전소 부품, 대용량 암모니아 배관 위험성 평가 등의 신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처럼 에기평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인력 확충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에기평은 수소산업 진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수소산업진흥사업단)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은 40명 정도가 필요하다는 게 에기평의 판단이다. 40여 명 중 일부는 기존 인력을 활용하면 25명 정도는 신규로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기평은 현재 공석으로 있는 원장이 새로 취임하면 수소산업진흥사업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안종득 에기평 수소에너지실장은 “수소경제 전환을 위한 정책 수립·이행을 통해 기업 성장과 산업육성을 견인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산업환경을 조성해 수소산업 진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